원더풀 사이언스 -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
나탈리 앤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 지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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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과학자들이 대중들을 위한 과학서 50권을 선별하고 리뷰를 쓴 책이었는데, 그 때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가 첫번째로 등장했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김상욱 교수가 강력 추천하는 리뷰를 쓴 분이라 찍어두었던 책이다. 아마도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는 앞으로도 내가 과학책을 선정할 때 두고두고 참고할 책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초파리>도 애정하는 과학 도서가 되었는데 <원더풀 사이언스>도 여러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대단한 책이었다.


   일단 저자가 비과학자이다. 나탈리 앤지어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과 과련된 저술을 쓰는 과학전문 저술가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이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 흔히 하는 실수아닌 실수인 대중들이 자신처럼 똑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말하거'나 본인만 흥미있어 할 주제에 대해 끝도 없이 늘어놓기 같은 것이 없는 책이다. 그러니까 일반인이 과학을 알아야 할 이유가 과학은 '재미'있으니까라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저자의 책이니 진짜 재미있는 책임을 믿어도 좋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과학하면 떠올리는 물리, 화학, 생물학(이 책에서는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으로 나눔), 지구과학(이 책에서는 지질학과 천문학으로 나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과학적으로 생각'하기라는 과제를 독자에게 부여한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견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스스로를 '불확실성의 학문'이라고 말할만큼 겸손하다(우리가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의 의미와 얼마나 다른지!). 과학은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생각과 견해를 가지고 있던지간에 과학처럼 말랑말랑한 겸손으로 무장한 채 그 생각을 수정하고 개선하고 재가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라고 다독인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여전히 뻣뻣한 독자들을 위해 '확률'과 '척도'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대부분의 독자들의 뇌는 진짜 과학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말랑말랑한 뇌가 되었을 것이다.


   김상욱 교수가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과학교양서적이 갖추어야 할 '무엇을 뺄 것인가'라는 빼기의 미덕을 제대로 갖춘 책이다. 무언가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쏟아내고 싶어한다. 자신이 어떤 것을 알았을 때 느꼈을 희열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수위를 어떻게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느냐가 바로 재미있는 대중과학서가 되는냐 외면받는 책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이 책은 두고두고 여러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흔치 않는 책으로 자리잡았다.


   나도 김상욱 교수처럼 원더풀, <원더풀 사이언스>! 라고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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