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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래닛 - 그림으로 보는 지구별 패션 100년사 ㅣ I LOVE 그림책
나타샤 슬리 지음, 신시아 키틀러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세계의 패션 100년사를 그림으로 담은 책인데 인간 생활의 세가지 기본요소 중 하나인 '의' 즉 패션을 통해 역사의 또 다른 영역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준다. 요즘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그림책에 손이 가끔 가는데 잘 만든 그림책 한권은 글밥 가득한 책 못지 않은 재미있는 분야임을 발견해가는 중이다.
지구의 패션 100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식도 독특하다. 마치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듯한, 한 시대와 공간이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패션의 모습이 응축된 형태로 정지되어 있는 장면 25개 속에 100년의 지구 패션이 담겨있다. 25개의 장면에는 시대와 장소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당시 활동했던 디자이너가 누구였는지 당시 유행한 패션 스타일은 어땠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데,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옷차림을 살펴보다 보면 어느 새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보았던 전후의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던 세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위대한 개츠비>에서 보았던 재즈와 함께 발달한 화려한 패션을 경험하기도 하며 존 트라볼타의 <토요일 밤의 열기>가 그대로 담긴 미국의 디스코텍에 푹 빠지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으로 물자가 부족한 가운데 배급으로만 의와 식을 해결해야 했던 시대에도 패션이라고 불리울만한 스타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어느덧 영화나 TV를 통해서 본 패션이 아닌 나 자신의 세대가 속한 시대로 넘어오는데, 어렸을 때 입었던 옷들, 엄마나 이모들이 입었던 옷들에 대한 추억이 저절로 소환되면서 나 역시도 역사 속 한 장면에 이런 식으로 각인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패션보다는 여자들의 패션이 좀 더 민감하게 변하고 볼거리가 훨씬 많았는데 시대별로 변화하는 실루엣, 스커트나 바지의 길이와 폭, 노출의 정도, 헤어스타일의 변화, 가방이나 모자 그리고 신발 등 악세서리의 다양한 변천사를 단순히 유행이라는 이름으로만 묶어버리기에는 부족한 듯 하다. 당시의 시대와 공간이 가지고 있던 특성과 그 시대와 장소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 바로 패션이지 않을까. 패션의 역사는 돌고 도는 법. 그림 속 다양한 인물들의 패션 중에서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