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그림과 서양명화 - 같은 시대 다른 예술
윤철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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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많은 서양미술 관련 책들을 읽고 작품들을 보면서 '이 때는 우리나라의 미술은 어떤 수준이었지? 누가 활동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누군가 이런 작업을 해보지 않았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는데 드디어 #마로니에북스 에서 일을 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련 도서는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것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마로니에북스는 일반 대중을 위한 미술도서로는 독보적인 듯 하다. 게다가 저자인 윤철규님은 '조선시대 회화'에 관한 책을 여러권 쓰실 정도로 한국미술 사랑이 대단하시고 그분이 쓰셨던 <조선시대회화>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기에 더욱 반가운 조합이다.


   그런데 500년 조선 시대의 회화와 그 시기의 서양 회화는 우선 그 수에 있어 압도적 차이가 있다. 물론 남아있는 그림이 적기도 하지만 당시 조선시대를 관통했던 주자성리학의 특성상 그림을 감상하는 일을 완물상지, 즉 쓸데없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에 예술을 장려하고 화가들이 마음껏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귀족가문이나 왕들이 있었던 서양의 미술과는 근본부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의 그림과 서양의 그림들을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을 지가 책 읽기 전 가장 궁금한 포인트였는데 저자 역시 그 부분에 대한 우려를 서문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비교방식은 이렇다. 우선 꼭 동시대를 산 인물일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오차범위는 약 50여년 안팎으로 잡았고 선택된 그림들을 액면으로 비교한다기 보다는 각 그림들이 그 시대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조선과 서양의 화가들이 시대를 읽어내는 방식의 비슷한 점과 차이를 다루기도 하면서 각각의 회화들이 시대와 함께 어떻게 공존하고 발전해 왔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들보다는 저자의 집필의도에 적합한 그림들로 선정되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조선시대 그림 관련 책들을 몇권이나마 읽은데다가 최근에 <한국의 화훼영모화>를 통해 익숙한 그림들이 많이 있어 반가웠다. 


   조선의 회화와 서양의 회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술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각자가 추구했던 이상과 몸담고 있던 현실이 달랐던만큼 어디가 옳고 그른지, 누가 더 우월하거다 열등한지를 비교하는 건 이 책에서만큼은 의미가 없을 듯 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새로운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다양한 시도를 담은 미술 대중 도서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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