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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ㅣ 손바닥 박물관 4
스티븐 애슈비.앨리슨 레너드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 4번째는 바이킹이다. 나로서는 처음 읽는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이지만 손바닥 박물관의 명성 덕분에 이미 소장가치 백퍼센트 시리즈로 낙점! 이 시리즈는 역사와 문명에 접근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고고학적 발견물들인 유물들로 시대와 문명을 읽어내는 방식인데 하나하나 소개하는 유물들의 실제 사이즈를 독자들이 가늠할 수 있도록 손바닥과 비교하여 놓았기 때문에 '손바닥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손보다 더 큰 유물들은 사람의 전체 크기와 비교하여 놓았다. 재미있고 기발한 발상이다. 가끔 사진으로만 보던 미술작품이나 유명 관광지 동상들을 실제로 가서 보았을 때 겨우 이 정도였어? 라고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손바닥 박물관'이 차용한 방식에 감탄하게 된다.
바이킹들은 야만인들이다라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한때 바이킹들의 세상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워낙에 판타지나 모험 그리고 고고학을 다루는 문학과 기타 예술 작품들을 좋아해서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래 전 영국 요크에 갈 기회가 있었을 때 내가 바이킹의 도시에 와있다라는 것만으로 들떠있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그 이후로 그리스 로마 신화만 알던 나에게 북유럽 신화들을 접할 기회가 종종 있었고 북유럽 신화들의 원형을 빌린 영화나 책들로 인해 바이킹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그들이 남긴 유물들은 꼭 그들이 직접 만든 것 뿐만이 아니라 바이킹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공격과 약탈로 획득한 것들, 그리고 교역이나 선물로 받은 것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책은 유물들의 큼직큼직한 클로즈업 사진들과 함께 대략적인 시기와 유물의 재질 및 발굴 출처 그리고 현재 어디에 소장되어있는지를 알려주고 유물에 담긴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설명해준다. 유물의 진열 순서는 바이킹의 초기, 중기, 후기로 되어있고 바이킹 제국의 이동과 점령을 설명해주는 지도도 실려있어 바이킹 역사의 전체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해놓았다.
유물들은 그 모양이 각종 영화나 영상 매체들을 통해 제법 익숙한 것들도 있다. 특히 북유럽 신화에서 비롯된 오딘이나 프레이아, 발키리 조각이랄지 토르의 묠니르 등의 금속공예 제품들은 정교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지금 우리가 착용한다고 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만한 탐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유물 중에는 인간의 두개골 파편에 룬문자가 새겨진 명문이나 빵 덩이, 심지어 인간의 노폐물까지 있어 놀라웠다. 그렇게 오래된 인간의 노폐물을 통해 그 주인이 어떤 성분의 음식을 먹었는지 알아내는 현대의 기술에도 감탄했다.
승승장구하던 바이킹들도 결국 시대의 변화에 고개를 숙이고 만다. 특히 기독교의 급속 전파와 화폐에 기반한 중앙집권화의 시대가 열리면서 바이킹의 시대는 저물고 마는데 이 역시 유물 속에서 토르의 묠니르와 기독교 십자가가 공존하는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스칸디나비아의 척박한 땅들에서 탄생하여 북유럽과 영국 동남부 그리고 러시아와 뉴펀들랜드, 북극과 흑해까지 뻗어갔던 그들의 '디아스포라'의 발자취를 그들이 남긴 유물들을 통해 따라가 본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