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가문 메디치 1 - 피렌체의 새로운 통치자
마테오 스트루쿨 지음, 이현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우연히도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의 유명한 가문을 소재로 한 소설을 연속 읽게 되었다. 지난번 읽은 <인간의 척도>에서는 밀라노 스포르차 가문의 루도비코 스포르차가 등장했는데 이번은 그 이전 세대로 올라가서 메디치 가문을 역사 속에 길이 남도록 그 포문을 연 코시모 데 메디치가 중심에 선 소설이다. 여기서 잠깐 등장하는, 아직은 밀라노 군주의 용병의 지휘에 불과한 프란체스코 스포르차가 나오는데 이 사람이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아버지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속에서 이러한 연결고리를 만나니, 바로 이런게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권력의 가문 메디치'는 총 3부작으로 되어있는 작품이다. 그 첫번째가 바로 메디치라는 가문에 의미를 부여한 첫번째 인물로 인정받는 코시모 데 메디치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코시모의 손자로 메디치 가문의 부흥과 예술의 후원자로 이름을 떨친, 아마도 메디치 가문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생각되는 로렌초 데 메디치의 이야기이고 세번째는 훨씬 후세대의 메디치 가문 자손으로 프랑스 왕비가 된 카테리나 데 메디치의 이야기이다. 사실 한 가문에서 배출한 인물 세 사람이 모두 역사 속에 어떻게든 주요하게 이름을 새긴 이들이다 보니 메디치 가문이 대가 끊기지 않고 지금까지 번성했다면 역사,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술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상상도 한번 해본다.


   1권은 피렌체를 비롯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서 금융과 모직물 사업으로 부호가 된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정치적 권력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큰 맥락으로 해서 풀어나간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 작품은 소설이다. 큰 줄기는 역사 속 사실에서 따오기는 했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필요한 재미를 위해 설정한 부분도 있을터이니 적당히 감안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용병 슈바르츠와 착각으로 메디치 가문을 원수처럼 생각하는 라우라의 이야기가 너무 과하게 분량을 차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현재 피렌체를 상징하는 대표 성당 중 하나인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의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는 하지만 뭔가 본질을 비껴간 피상적인 내용만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무래도 작가분이 예술 쪽은 아니신듯한 그런 느낌? 아마도 이 의문은 2권 로렌초 데 메디치 편을 읽으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듯 하다.


   소소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장사와 대부업으로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정치에 입문해서 자신의 도시인 피렌체에서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문이 되었는지, 그리고 문화예술 분야의 후원자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즐거움이 기대되는 시리즈이다. 물론 소설이 아니고 역사만으로 메디치 가문을 다룬 책들도 많기는 하지만 우선 술술 잘 읽히는 소설로 워밍업을 한 다음 역사서를 만나는 것도 나쁘지는않겠다. 작품 속에서 단 한번도 긍정적인 서술로 묘사된 적이 없는 리날도 델리 알비치나 필리포 마리아 비스콘티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중이다. 정말 그런 쓰레기였는지 아니면 하필 메디치 가문과 같은 시대를 살게 되면서 그런 식으로 비교당할 수 밖에 없었던 승자의 기록인 역사 속 피해자였는지 말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픽션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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