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김민철.김승은 외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생각정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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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산님의 <군함도>를 읽고 군함도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고 군함도에 가기 전 메이지유신, 강제징용, 세계문화유산에 강제징용 시설을 등록하기 위한 일본의 꼼수 등 이런저런 공부를 많이 하고 다녀왔었다. 그래서인지 군함도는 지금까지도 가장 마음아픈 장소이자 도저히 이해도 용서도 되지 않는 잔혹한 비극의 장소로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우리는 해방 75년이 되었음에도 이 강제동원의 역사를 제대로 파헤치지지도, 그 책임을 제대로 묻지도 못한 채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붙잡고 끝나지 않은 전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화석처럼 굳어져 가고 어둠속에 묻혀가는' 강제징용이라는 그 비극의 진실을 기록하고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오늘의 문제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어제를 기억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인간이 되도록 독자를 다독인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군함도는 강제징용의 가장 비극적 장소 중 하나이다. 이 군함도를 시작으로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군수품 조달을 위해 탄광이나 군수공장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과 성과들, 전쟁의 총알받이로 시베리아에서 파푸아뉴기니까지 끌려가 살해되고 버려진 조선인들의 유골이라도 찾고자 하는 유족들의 한서린 여정들, 이 모든 것에 모르쇠와 뻔뻔함으로 대처하는 일본정부와 과거 대한민국정부의 무능함으로 아직도 멀고도 험한 보상과 사과의 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며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리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저작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싸움에 의식있는 일본 시민들의 참여가 놀랍고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한다.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흔적을 찾고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일본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들을 일본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지원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코끝이 찡해옴을 느꼈다. 강제징용으로 젊음을 잃어버리고 결국 살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조선인들의 한스런 아픔과 고통의 실체를 끝까지 밝히고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책임은 나를 포함한 남은 자들이 함께 해야 할 의무이다.

 

   사과와 배상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일본이 입이 닳도록 언급하는 '한일협정문서'를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우리나라의 외교부라는 곳이 고작 한다는 말이 "문서를 공개하면 국내에 반일 감정이 일어나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해치고, 북일 교섭에서 북한을 이롭게 한다"라는 이유를 들어 문서 공개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읽고서는 너무 놀라 이게 대한민국의 외교부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다행히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문서가 공개되었는데 정말이지 박정희 정권 + 일본 + 미국이 싸질러놓은 그 어처구니없는 협정문서의 내용은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이래서 알아야 하고 싸워야 하고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하는 의무가 우리 세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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