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무덤 - 바티칸 비밀 연구
존 오닐 지음, 이미경 옮김 / 혜윰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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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마르코의 복음서 1장 17-18절)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 (마태오의 복음서 16장 18-19절)

 

   로마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치고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하지 않은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굳이 가톨릭을 종교로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성 베드로 성당은 그 자체로 역사적, 고고학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 방문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위에서 인용한 두 성경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서 어부란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에 고기 낚는 어부였던 시몬, 즉 베드로를 가리키고 베드로라는 이름의 의미는 '반석'을 뜻한다. 그러니 성 베드로 성당은 성경말씀대로 모든 게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셈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베드로가 순교한 지 2000여년이 넘게 흐르면서 실제 베드로의 무덤에 성 베드로 성당 아래에 있다는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고 그곳에 터를 잡고 있는 교황이 수장인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은 그 정당성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사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베드로의 무덤이 그 아래에 있지 않다고 한들 그것이 믿음에 무슨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이지만 믿는 사람들한테는 그게 아닌가보더라)

 

   그리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감돌고 무솔리니가 이끄는 파시스트들이 과거 로마 집정관을 호위하던 로마군단의 흉내를 내며 로마 전역에서 활보하고 다닐 때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서는 비오12세의 비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바로 성 베드로의 무덤 찾기! 여기에는 비오12세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세 친구들과 여기에 비밀리에 자금을 댄 미국의 조지 스트레이크라는 석유재벌, 바티칸의 고고학 수장이자 이 발굴 프로젝트를 초기에 이끌었던 안토니오 페루아 수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마르게리타 과르두치라는 여성 금석학자가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인 무려 75년이 지난 후에야 끝나게 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성 베드로의 무덤 발견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안토니오 페루아와 마르게리타 과르두치 사이의 논쟁들에 관한 것이다. 처음 발굴을 주도했던 안토니오 페루아팀이 발견한 성 베드로의 유골이 성인의 유골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발굴 시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는 이 발굴 프로젝트에서 밀려나고 고대 명문 해석을 전공으로 하는 외부 인물인 마르게리타 과르두치라는 여성이 주도하게 된다. 과르두치가 결국 성 베드로의 유골을 발견하고 교황에 의해 인정되지만 그녀를 옹호했던 교황들과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사망하자 페루아는 그녀가 이루었던 모든 업적과 흔적을 바티칸에서 없애기 작업에 돌입하고 베드로의 유골 역시 가짜라고 발표한다. 이 둘 사이의 대립은 두 사람 모두 죽고 난 이후에도 계속되고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르두치가 발견한 유골을 성 베드로의 유골이라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종결된다.

 

   이 책의 저자는 중립적이지 않다. 처음부터 마르게리타 과르두치의 확고한 편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물론 그것이 사실일 수 있지만 반대쪽 페루아의 논거가 거의 실려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어느 쪽이 진실이건 바티칸에게 성 베드로의 유골이 절실했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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