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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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게네스 변주곡>은 찬호께이가 등단 1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10년간 여러 곳에서 기고하거나 발표한 단편소설들과 미발표작을 묶어서 준비한 작품집이다. 예전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서 낸다고 하면 그저 단순히 모아서 낸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찬호께에게는 '그저 단순히'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을 '유사한 주제'를 지닌 변주곡들로 생각하고 그 변주곡들을 모아서 하나의 모음곡을 만드는 마음으로 내놓았다고 설명한다. 그에 더해 각 작품마다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선정하여 부제로 덧붙이기까지 했다(이건 평소 작가의 습관이라고 한다). 실제 작품을 읽으면서 부제로 더해진 클래식 음악을 함께 들으니 작품 속 분위기가 더 잘 전달되는 듯 했다. 왜 이 작품에 이 선곡일까는 책 말미의 작가 후기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책을 읽은 후 다시 한번 작가의 선곡 이유를 떠올리며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는 작가는 없겠지만 이번 작품집을 보니 찬호께이는 자신의 작품들 하나하나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심지어 습작이라는 이라는 제목의 몇페이지 안되는 약간은 뜬금없는 작품들도 몇개가 들어있는데 이 역시 자신의 민낯을 독자들에게 솔직하고 자신있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철학자 '디오게네스'에 비유한 그 자신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나 할까.

 

   와...첫번째 작품 <파랑을 엿보는 파랑>부터 엄청난 것이 휘몰아쳤다. 이 첫번째 작품의 충격이 너무 커서 시간간격을 두고 두번째 작품으로 넘어갈 정도였다.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라면 무조건 믿고 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작품들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장편못지 않은 엄청난 반전과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파랑을 엿보는 파랑>이나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 같은 작품들도 있고 코끝이 찡하게 만드는 <시간이 곧 금>이나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 같은 작품도 있다. 코믹한 SF를 연상시키는 <악마당 괴인 살해사건>이나 어쩐지 옛날 기담집을 연상시키는 <영혼을 보는 눈>도 재미있다. 그리고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숨어 있는 X>는 추리소설가가 어떻게 사건을 구성하고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지를 '추리소설의 감상, 창작 그리고 분석'이라는 교양과목을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형식으로 실제 독자들을 끌여들여 끝까지 허탈(?)함을 맛보게 해준다. 그의 전작들로 이미 나는 그의 팬이 되어버렸지만 이번 단편집이 다시 한번 역시 찬호께이!를 외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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