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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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그렇듯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중요한 건 사건이나 범인이 아니다. 처음에 사건이 일어났을 때 독자들은 보통 이런..범인이 누구지? 라며 작가가 흘리는 떡밥을 주우며 범인 잡기에 나선다. 이번 작품에서는 사건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일어난다. 고이치, 다이스케, 시즈나, 이렇게 세 남매는 그 날 나타난다는 별똥별을 보기 위해 한밤중에 부모님 몰래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바람에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잠든 막내여동생 시즈나를 업고 집에 돌아오는데 고이치가 부모님이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다이스케는 자전거를 두러 갔다가 마침 뒷문으로 황급히 빠져나오던 누군가의 옆모습을 목격한다. 세 남매의 부모님은 요코스카에서 <아리아케>라는 양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고 대표 메뉴는 하이라이스이다.

 

   독자들이 범인을 추리하는 건 딱 여기까지이다. 작가는 범인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세 남매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육원에 보내진 아이들은 일년 뒤 다시 한번 별똥별을 보러 한밤중에 보육원을 나오고 이번에는 아름다운 유성이 밤하늘에 궤적을 남기며 달려가는 모습을 함께 보게 된다.

 

우리...저 별똥별 같다..정처없이 날아갈 수 밖에 없고 어디서 다 타버릴지 몰라. 하지만...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어. 그러니까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p87-88)

 

   독자들이 다시 살인사건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건 그로부터 한참 뒤 한 유명한 양식당의 쉐프가 만든 하이라이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하이라이스와 똑같은 맛이라는 걸 알고나서부터이다. 이미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세 남매는 '범인을 알아내서 우리 셋이서 꼭 죽이자'고 했던 어렸을 때의 결심을 떠올리며 범인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움직인다. 이번 작품에서도 진정한 악인이 없다. 물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으나 작가는 항상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뒷면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한다. 자극적인 내용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은 아마도 작가가 만들어 놓은 결말을 좋아하지 않을 지 모르겠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논리는 요즘 세상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난, 유성을 바라보며 항상 이어져 있는 인연으로 살자하던 세 아이들의 끈끈함이 받아들여지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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