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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도자 이야기 - 유네스코 세계 공예 도시 이천 도자의 어제와 오늘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조용준님의 도자기 시리즈는 완결인 줄 알았다. 동,북,서유럽 각 한권씩 그리고 일본 도자기를 3편에 걸쳐 다루었으면 다 된 줄 알았다. 작가님, 한국도자기에 대해서는 안쓰시나요? 라는 질문에 안타깝지만 한국도자기에 대해서는 쓸 것이 많지 않다라고 하셔서 아쉽지만 한국편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작가님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셨나보다. 우리나라 도자 산업을 걱정하고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빈약하지만 무대에 올리고 싶으셨나보다. 그렇게 탄생한 '이천 도자 이야기'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보통 작가님은 책의 첫머리에 멋진 멘트를 날리시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가장 마지막에 있더라.
주방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도자기의 미래는 없다 (p323)
이 말을 왜 마음에 새겨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조선 임진왜란 시기로 시계를 돌려보아야 한다. 조선 자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일본인들이 조선의 사기장들을 대거 납치하여 무사계급 대우를 해주며 도자기를 굽도록 장려할 때, 우리는 두눈 멀쩡히 뜬 채 사람들을 빼앗기고 기술도 빼앗기고 심지어 자기의 원료인 질 좋은 흙마저 다 도둑맞게 된다. 그 후 일제 강점기까지 조선의 도자산업은 명맥이 끊기고 궁핍한 살림으로 인해 왕실의 행사에 쓸 용품도 구할 수 없어 여기저기 상처나고 이가 빠진 그릇으로 대체하는 비참함을 겪게 된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에는 고려청자의 가치를 알아 본 일본인들이 고려시대 무덤을 죄다 도굴해서 고려청자를 가져가는 바람에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고려청자의 갯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천이 현재 대한민국 도자산업의 메카가 되었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명장들을 배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 도자산업의 명맥을 이어온 명장들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있다. 이천 도자기 1세대를 대표하는 3인인 해강청자의 유근형, 고려도요의 지순탁, 광주도요의 조소수의 공적과 3대 물레대장이라 일컬어지는 공방 우두머리격인 홍재표, 고영재, 이정하 3인과 그의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뒤를 잇는 2대 명장들 한분한분에 관한 내용에서 작가님의 '문화사적으로 매우 소중한 작업'에 대해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안타까우면서도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본이 조선의 사기장들을 납치하고 고려청자를 도굴하고 조선의 흙까지 도둑질해갔지만 1960~70년대 이천 도자기의 위대함을 국내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전통과 아름다움을 인정해준 이들이 일본인들이었고 그들의 이천도자기 구입으로 인해 그나마 이천 도자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도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주방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식당이나 가정에서 플라스틱 그릇을 유독 많이 사용한다. 도자기를 사용하더라도 대부분 유럽이나 일본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 왜일까? 어느 누구 한쪽만의 잘못일리는 없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사람들의 도자기에 대한 지식과 주방의 혁신, 도자산업 종사자들의 작업 다변화와 다양한 실험 등이 앞으로 우리 도자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