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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좀 빌립시다! -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
칼린 베차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역사 범주에 넣기는 좀 그렇지만 마땅하게 다른 영역도 없을 뿐더러 뭐 따지고 보면 대상이 시체라서 그렇지 역사 속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이긴 하니까. 그렇다, 이 책이 어떤 책인가는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라는 부제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우리는 보통 호모 사피엔스가 고귀한 지성을 지닌 인격체로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도덕관을 가지고 고상하고 우아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0세기 이전에만 해도 인류가 가지고 있던 도덕관이나 위생관념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으며 지금은 좀 더 높은 지위가 부여되어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예전에는 다른 이들의 시체나 훔치는 이들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진 않다. 그렇지만 오호 통재라! 저자는 역사 속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이들의 시신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 혹은 수집의 대상이 되었는지 짝짝 달라붙는 일러스트와 더불어 신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혹시 시체 이야기라 무서울까봐 걱정하는 분들은 노노! 저자의 입담이 어찌나 유쾌한지 이거 뭐 시체 이야기를 듣고 있는건지 옆집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지 구분이 안간다. 단 한가지, 무언가를 먹으면서 읽는 것은 권하지 않겠다. 먹고 있는 샌드위치를 싼 포장지가 미라를 감고 있던 천으로 만든 종이처럼 보일 수도 있고 먹고 있는 음식이 시체가 부패하면서 내보내는 끈적한 초록색의 그 무엇 혹은 말캉한 뇌 조각으로 보일 가능성이 많으니 말이다.
이거 정말 실화?라고 의문을 품게 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의사들은 인간이 겪는 각종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인간의 몸을 탐했고 의과 혹은 과학 대학들은 그런 목적으로 시신을 도굴하거나 도굴된 시신을 사들이기도 했으며 그래도 시신이 부족하자 시신을 목적으로 살인을 하는 상황까지 생겨났다. 한쪽에서 나름의 그런 대의(?)를 추구했다고 하면 또 다른 부류는 단순히 자기 만족을 위해 그런 짓을 서슴치 않았으니 수집을 목적으로 한 시체 훼손이 바로 그것이다. 각종 진귀한 보물들을 시체와 함께 묻었던 옛날 왕들의 무덤을 도굴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도대체 무덤을 파헤쳐서까지 시체의 일부를 가져가 자기집에 모셔놓은 정신나간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뭐 물론 그들 덕분에 우리는 박물관에서 최초의 샴 쌍둥이들의 간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마귀와 아인슈타인의 뇌를 구경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외쳤던 우리네 옛 선조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무덤 속에서 다시 살아나실지도 모르겠다. 역사란 무릇 진지하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 그런데 한가지 잘못된 부분이 있다 - 메리 셸리의 '프랑케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든 이의 이름이다. 오호 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