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탈리아 아트 트립 - 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
김현성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 미술하면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시대와 예술가들이 있다. 바로 르네상스와 그 시대를 주름잡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 등이다. 르네상스는 이 세상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인식하고 천년간의 중세 암흑기에 덮여있던 인간의 본성을 되살리고자 했던 시대이다. 그렇다면 르네상스 미술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자...지금부터 중세 끝, 르네상스 시작! 이러면서 시작했을리는 없다.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의 이동은 점진적이며 보통 그 과도기에는 이쪽 저쪽을 다 아우르는 선구자가 있기 마련인데, 이탈리아 미술에서는 바로 조토(지오토)가 그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조토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아는 르네상스 대가들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르네상스가 지금처럼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지리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긴 하지만 조토는 여전히 중세화가로 간주되어 그의 능력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 이 작가분은 이 책 한권으로 조토를 영원한 스타로 만들어주셨다.
이탈리아에서 조토의 흔적을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아시시, 피렌체, 파도바이고 저자는 이 세 곳에서 조토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조토 루트라 이름 붙였다. 천년의 중세를 끝내고 르네상스라는 엄청난 시대가 자신으로 인해 그 문을 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조토는 알았을까. 21세기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자신만을 위한 루트를 만들고 자신의 예술을 이렇게나 매혹적으로 알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조토는 나의 지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마음에 담았던 화가 중의 한명이다. 파도바에는 가보지 못했으나 피렌체는 물론이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프란치스코의 생애를 다룬 연작 벽화가 인상깊었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만한 자료를 찾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 책이 진작 나왔더라면 나의 미술 여행이 훨씬 풍요로웠을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이 지난 여행의 기록들을 들추어보고 기억하는 시간을 선물해 준 셈이다.
이 책이 대단한 것이 조토의 작품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내용을 기록하고 저자의 감동을 전한다는 것이다. 르네상스라는 화려하고 거대한 시대에 가려 지나치기 쉬운 중세 미술의 걸작들을 독자들의 눈 앞에 세우고 숨어있는 선구자적 가치를 발견하게끔 도와준다. 이 책 한권으로 앞으로 조토는 르네상스 대가들 못지 않게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화가가 되지 않을까. 작은 바램이라면 책의 제목을 좀 달리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다. '이탈리아 아트 트립'은 중세미술이 부각되지도, 조토라는 예술가가 전혀 드러나지도 않는 너무 평범한 제목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