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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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복제인간, 즉 클론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제법 많이 나온다. 며칠 전에도 특정 목적을 위한 유전자조작의 도덕적/윤리적 논쟁에 관한 책을 접했는데, 그 영역이 우리 종에 관한 것일 때 특히 우리는 쉽사리 결론 내리지 못한다. 내 아이의 병을 고치는데 필요한 골수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아이를 갖는 것도 용인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인간의 장기 이식과 질병의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이라니.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라는 소설의 내용이 그렇다. 어제 본 영화 'US'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류의 클론을 생산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자 그대로 버림받은 클론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를 소설을 통해 경고하는 역할을 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분신> 역시 제목 그대로 복제인간을 다룬다. 이 작품은 1992년에 쓰여졌는데, 체외수정을 통한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1978년에 태어났고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당시에는 체외수정도 성공률이 낮을 뿐더러 여러가지 논란을 나았던 시대라 당시에 이미 클론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는 점이 놀랍다.

 

   소설 속 클론은 한 정치지도자의 욕심과 과학자들의 만용의 결합으로 탄생하게 되는데, 그러한 이야기에 앞서 작가는 우리에게 두 여학생의 평범한 일상에 금이 가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로 독자를 초대한다. 홋카이도에 사는 마리코와 도쿄에 사는 후타바의 신변에 일어나기 시작한 일들이 그것인데, 마리코와 후타바 각각의 이야기를 교차 형식으로 풀어낸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작가가 인간 복제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저마다의 명분을 가장한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서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이 될 수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과학과 의학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풍요롭게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인간의 삶 위에 군림하면서 무한한 권력을 휘두르게 될 때, 그 끝은 어떻게 될 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소설은 앞에 구덩이가 있는 걸 알면서도 발을 내딛어야 하는 상황을 끝내 만들어버린 인간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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