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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드라마에 이런 캐릭터가 있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진심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리저리 재면서 자신이 상처받을까, 다른 사람이 싫어할까봐 속마음을 꽁꽁 감추었던 인물이었는데 결국 그는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아야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이 소설 속의 윌라가 바로 그와 비슷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윌라의 삶을 시기별로 나누어 보여준다. 1967년 우리는 11살의 윌라를 처음 만난다. 11살 윌라의 삶은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구절을 상기시킨다. 감정이 불안한 윌라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하고 화를 내고 집안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차를 가지고 나가서 며칠동안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고나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들어와 그렇게 삶은 이어지고 아빠는 화를 낼 줄 모르는 온화한 성격이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묻어두는 캐릭터이다. 우리의 삶은 어떤가. 정말 윌라의 생각처럼 우리는 '모두 완벽하게 행복한 집에서 살고 있을까? 집에서 안좋은 일이 일어나는 걸 감추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
이야기는 10년 뒤인 1977년으로 넘어가 윌라는 21살의 대학생이 되고 데릭이라는 남자친구를 만난다. 데릭은 윌라를 사랑하고 윌라와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비행기에서의 하나의 사건이 데릭이 윌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11살의 윌라가 엄마의 부당함에 저항하기는 어려웠을지라도 21살의 윌라는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데릭에게 전할 수 있었지만 말하지 않는다. 다시 20년 뒤인 41살의 윌라는 두 아들을 둔 엄마가 되고 윌라의 엄마는 돌아가신 지 오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데릭이 세상을 떠나고 윌라는 다시 한번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통증에 익숙해지는 삶을 강요받는다.
2017년, 이제 61살의 윌라는 피터와 함께 여전히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볼티모어의 한 여자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그녀의 단조로운 삶에 변화가 생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1997년까지의 윌라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2017년 이후의 사건들이 윌라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녀가 자신의 진짜 감정을 불러내는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너무 드라마틱하다고나 할까. 짹깍짹깍 무미건조한 윌라의 클락댄스가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회전하며' 돌아가는 새로운 클락댄스로 변화해나가는 과정에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워서일까. 사와로 선인장, 클락댄스, 비행기에서 총을 가졌다며 윌라를 위협한 남자 등 무언가 내가 깨닫지 못한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오브제들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사실 피터는 무슨 죄라는 생각도 들고.. 뭐..그래도 윌라가 61살에 깨닫는 진정한 인생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