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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 로마 건국의 신화
베르길리우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호~ 단테가 지옥과 연옥의 안내자로 선택한 베르길리우스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로마의 위대한 시인으로 알려진 베르길리우스가 쓴 로마의 건국 서사시인 <아이네이스>는 로마의 건국 시조가 되는 트로이의 명장수 아이네이아스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베르길리우스의 이 작품은 라틴어 6각운으로 쓰여진 12편으로 된 서사시이나 번역본으로 볼 수 밖에 없는 한계 때문에 웅장한 서사시의 각운 같은 건 느낄 수 없는 산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트로이 전쟁이 트로이의 멸망으로 막을 내리고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로마 건국까지 그 사이의 공백을 베르길리우스의 이 작품이 완벽하게 채워주고 있으니 충분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이토록 많은 아이네이스의 일대기를 다룬 명화들과 함께라니 이 이상 좋을 수가 없네.
베르길리우스는 친절하게도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테티스 여신의 결혼식과 헬레네가 납치되었을 때 왜 모든 그리스의 명장들이 메넬라오스를 도와 트로이 침공에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으로 시작한다. 한 위대한 도시의 멸망과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위대한 영웅들의 고난과 시련이 멸의 운명을 지닌 인간을 질투한 불멸의 신들 때문이라니, 정말이지 그리스 신화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신들의 치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어찌나 인간세상 이야기와 비슷한지 전지전능한 유일신 이야기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끌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이네이스>에서는 모든 여성들의 모신라고 할 수 있는 헤라의 그 끝없는 복수심을 정말 어쩔...
베르길리우스가 이 서사시를 쓴 시대가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치하였는데, 황제와 그를 양자로 삼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가문을 찬양하는 파트가 대담하게 들어가 있는 부분이 있어 지배자에게 아부하는 인간의 유전자는 수천년동안 살아남아 전수되었구나라는 씁쓸함도 살짝. 명화로 보는 시리즈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아이네이스 이 세권이면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