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영국 런던의 피프스 로드. 원래는 영국의 근로자들과 이민자 계층이 살던 별볼일 없는 동네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마거릿 대처 수상 시기의 경제 호황을 등에 업고 집값이 상승하면서 기존 주민들이 떠나고 중산층의 사람들이 이사오기 시작했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2007년 현재 그 곳의 집들은 수백만 파운드가 나가는 부자동네가 되었다. 소설은 단순히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자라고 불리우는 이들과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그리고 그곳을 일터로 삼는 사람들에게 생긴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에게 생긴 어마어마한 변화는 한 통의 엽서로 인해 시작된다.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 (p19)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스릴러 장르 같은 냄새를 풍기지만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라는 한줄의 엽서는 그저 그들의 삶이 유지하던 아슬아슬한 평형을 깨뜨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 그 엽서로 인해 변화의 시작점이 당겨지기는 했으나 인생이란 원래 언젠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어찌보면 조금이라도 빨리 겪을 일은 겪고 깨닫고 다시 추스리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피프스 로드 42번지에는 올해 여든두살의 노부인 피튜니아 하우가 살고있다. 이 동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으로 5년전 남편고 사별하고 딸은 결혼해서 다른 곳에서 살고 있고 손자는 익명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가이다. 피프스 로드 51번지에는 핑커 로이드 은행에 다니는 로저 욘트와 부인 아라벨라 욘트 그리고 그들의 두 아이들이 살고 있는데, 로저 욘트는 올해 보너스로 받게 될 금액이 얼마나 될지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피프스 로드 68번지는 가게를 운영하는 이슬람 교도 아메드 카말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피프스 로드 27번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축구 에이전시 직원인 미키는 그곳을 세네갈에서 온 축구 천재 프레디 카모 부자에게 빌려준다. 이 외에도 이곳에 살지는 않지만 로저와 아라벨라의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마티아, 집 수리를 담당하는 즈비그뉴, 피튜니아의 딸과 손자인 메리와 스미티, 로저의 부하직원인 마크, 스미티의 조수인 파커, 피프스 로드의 주차단속 요원인 퀜티나, 아메드의 동생 샤히드의 옛날 동지였던 이크발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저 일상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여기에 삶의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등장하여 그들의 일상을 흔들고 어떤 이들은 그로 인해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어떤 이들은 추락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변수를 기꺼이 환영하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예전의 삶을 추억하며 현실의 비참함에 비관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부여잡고 살기도 한다. 그들 중 우리는 어떤 '누군가가' 되고 싶은지는 결국 스스로가 선택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추억은 희망과 경쟁할 수 없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니까.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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