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그늘에서 - 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제인 구달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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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과학'이라는 장르로 구분하기는 했지만 제인 구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과학자의 범주안에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동물들의 행동 연구로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나중에 그녀의 선구자적 연구가 인정을 받아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많은 과학자들처럼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지낸 것도 아니다. 특히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어떠해야할까? 실험실에 동물을 가두어놓고 관찰하고 조작하고 실험하는 것으로 동물의 행동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누구도 아프리카의 열대 우림이라는 열악한 지역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충분히 오랫동안 침팬치를 관찰하려는 의지를 지닌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어찌보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제인 구달을 있게 했으니 말이다. 그녀의 동물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알아본 루이스 박사의 지원으로 제인 구달은 탕가니아의 한 열대 우림 속에서 침팬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제인 구달은 과학자로서가 아니라 인간과 가장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한 개체를 존중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침팬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인간과 접해본 적이 없는 침팬지들은 처음에는 당연히 그녀의 시야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날마다 침팬지의 흔적을 쫓아 숲 여기저기를 다니고 마침내 그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되면서 침팬지의 습성과 행동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에 관해 많은 기록을 남기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침팬지에 관한 지식들의 대부분이 그녀에게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어느 누가 그녀처럼 따뜻한 시선과 애정어린 마음으로 각각의 개별 침팬지들의 개성을 파악하고 평생동안의 생로병사를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녀가 처음으로 야생 침팬지와 가깝게 만났던 첫 순간에 대한 묘사가 있다. 그녀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이름 붙인 침팬지였는데, 데이비드와 그녀가 마주하고 서 있을 때, 그녀의 그림자가 데이비드 위로 드리워지게 되는 순간이다. 책의 제목인 '인간의 그늘에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침팬지의 자유로운 운명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있는 이는 인간밖에 없다는 것을 훗날 깨닫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의 비인간성을 다시 한번 부끄럽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그녀가 이 책을 쓴 지 거의 60여년이 지났다. 그녀는 여전히 침팬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고 지금은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워 좀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그녀의 활동 초기의 기록인지라 그녀가 했던 실수들이나 지금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의견들도 있지만 그녀가 10여년동안 온전히 뛰어들었던 침팬지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과학서의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당연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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