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리스 1 - 깨어남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저리 류 지음, 사나 타케다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그래픽 노블 하면 대표적인 작품이 히어로물일텐데 실제 그래픽 노블을 처음 접했던 때가 아마 십여년 전일 것이다. 처음에는 만화(다음엇지)를 좀 고상하게 표현한 말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나의 장르임을 알고 그 뒤로 몇권 유명하다는 작품을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몬스트리스> 역시 그래픽 노블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내가 접했던 작품들과는 좀 차이가 있어보였다. 좀 더 만화(다음엇지)스럽다고나 할까.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읽어보았던 작품들과 다른 판타지를 다루고 있는데다 그림의 정교함이 엄청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휴고상을 비롯 각종 상들을 휩쓸었다고 하는데 시각적 효과만큼은 대단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판타지 스토리가 주는 기괴함과 신비스러움을 그래픽만으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주인공의 팔을 비집고 꿈틀거리며 나오려는 괴물의 존재가 장면 하나하나에서 느껴지고 막강한 CG로 장착한 영화와 맞설 수 있는 정교함이 담겨있다. 독자들이 눈여겨 볼 것 같지 않은 옷 하나하나, 장식 하나하나에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공포와 흉물스러움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까지 한다.

 

   반면 내용은 좀 어리둥절하다. 아마도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라 그럴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다섯 종족이 존재하는데 그 중 인간과 고대종족이 섞여 나온 혼혈이 아카닉이란 존재인데, 그 수가 늘어나 별도의 종족을 이루었다. 인간 연방의 마녀 사제들은 순수한 혈통을 강조하면서 아카닉을 부정한 존재로 낙인찍고 그들을 잡아 노예로 삼고 잔혹한 실험대상으로 이용한다. 300여년 전에 일어난 콘스탄틴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아카닉인 마이카 하프울프가 마녀 사제들인 쿠마에아들에게 노예로 잡혀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름 판타지와 SF에 익숙한 독자라 자부하는데도 스토리가 한 손에 잡히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아마도 300년전에 일어났다고 하는 콘스탄틴 전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한데, 1권에서는 그 내용이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다.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이스하미 사원의 초대기록 보관자'를 자처하는 '탐탐 교수님'이 중간중간 설명해주는 배경스토리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마이카의 머릿 속이 혼란스럽다는 건 알겠는데, 마이카가 사용하는 불필요하게 과도한 폭력적 언어가 다른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조화가 되지 않아 이질적이다. 번역에서 오는 한계인가 싶기도한데 그로 인해 매끄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겨우 이 한권으로 그런 판단을 내기리는 금물! 다음 시리즈가 나오기를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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