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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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대단한 작가를 발견했다고 흥분했었는데, 그 이후로 위화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질 못했는데 이번에 그의 문학작품이 아닌 에세이를 발견했다. 제목만 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것이 선율이고 문학이 가지고 있는 것이 서술일 것 같은데, 작가는 반대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문학과(작가니까 당연하지만) 음악이라는 두 가지 예술 장르에 모두 조예가 깊은 작가가 문학과 예술이 서로 공유하는 영역과 좋은 문학과 음악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관해, 다른 작가들의 문학작품과 음악작품을 분석하여 도출해 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텍스트 즉 문학작품과 독서행위를 '만만'이라는 전설 속의 새에 비유한다. 만만은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라 혼자서는 날 수 없고 다른 만만과 짝을 이루어야만 날 수 있는 새라고 한다. 그러니까 문학작품은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인 만만이라 그 자체로는 존재의 의미가 없고 독자의 독서행위라는 것과 짝을 이루어야만 비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작가로서의 겸허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책의 전반부는 그가 독자라는 만만의 입장으로 또 다른 만만 즉 문학작품을 만나 비행했던 경험을 기록한 것인데, 윌리엄 포크너/보르헤스/체호프/카프카/마르케스처럼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있고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본 후안 룰포의 작품에 관한 감상도 들어있다. 후반부에 가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음악을 늦게 접했다는 고백과 함께 음악이 어떻게 자신의 글쓰기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 다음에 문학작품과 음악작품의 비교가 시작되는데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가 바로 여기서부터이다. 와...특히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7번'과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로 풀어낸 음악과 문학의 클라이맥스에 관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된다. 적절한 선율이 없는 음악은 음표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서술이 없는 문학은 어휘의 나열에 불과하다. 작곡가는 음악의 선율은 문학의 서술과 대등하고 음악에서 서술을 발견하고 문학에서 선율과 화성을 발견하는 독자는 짝을 이루어 날 준비가 되어있는 만만이 아닐까.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특히 수록된 문학작품과 음악에 대한 경험이 없이 읽는다는 건 그저 텍스트를 읽는 것에 불과한 것 같다. 나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음악과 문학작품이 나올때는 초집중하여 읽었지만 읽지 않은 작품이나 모르는 음악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당연한 말이다. 작가가 언급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읽고 나서 다시 위화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될듯하다. 이 책은 한번으로는 온전히 비상하기 어렵고 두번 세번 읽어야만 짝을 이루어 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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