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 바다에서 건져 올린 위대한 인류의 역사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2
헬렌 M. 로즈와도스키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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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일본 환경상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수 밖에 없다는 망언을 쏟아내었는데, 그런 인간은 레이첼 카슨이 말한 것처럼 바다가 새의 발자국을 지우듯 인간이 존재했던 흔적을 쓸어버릴만한 부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인간은 바다가 인류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신의 생명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인간이 이 육지에서 최고의 포식자로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망상 속에 살고 있는 부류이다.

 

   우리가 흔히 '역사'라는 단어와 함께 떠올리는 생각들은 대부분 인간과 관련이 있다. 인간이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의 세상은 역사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인간을 중심에 두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사고방식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 이 땅이 어떠한 생명체도 살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던 그 시절, 모든 생명체가 바다에서 태어나고 바다에서 살고 있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바다 중심의 시각으로 지구의 역사를 돌아볼 것을 권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억년 전의 바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도 지금의 우리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본격적으로 바다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항해 시대'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얻게 된 15세기가 되어서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바다는 인류에게 식량을 의미하기도 하고 교역과 전쟁의 영역이기도 했으며 많은 나라들의 신화 및 설화가 탄생한 종교의 영역이기도 했으나 15세기 이전까지는 바다 속 세계는 아직은 미지의 영역, 상상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5세기, 본격적인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면서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땅은 바다로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콜럼버스를 비롯 많은 탐험가들이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모든 바다가 하나로 이어져 있고 이 바다와 저 바다 사이를 이동하는 항로를 발견한 것이 그 시대의 중요한 업적이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여전히 심해는 인간의 관심과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다 19세기에 와서 바다를 통제하기 위해 바다를 측량하고 바다가 가지고 있는 자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바다는 인간에게 새로운 오락거리와 놀이를 제공하는 장소로 환영받기 시작했다. 인간의 탐욕이 땅의 자원을 점차 고갈시키면서 바다의 자원은 무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바다를 연구하고 탐험하고 심지어 바다 안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야망을 꿈꾸며 바닷속 생태계를 위협했지만 결국 바다는 탐욕스러운 인간을 품어줄 수 있을만한 아량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긴, 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인간을 품어줄 자연이 어디있겠는가. 가독성이 뛰어난 책은 아니지만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지구의 역사라는 큰 그림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인간이 바다라는 위대한 자연을 바라보아야 하는 시각에 관한 지침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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