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딘가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혼자만의 시간을 싫어할리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런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보니 그런 시간을 온전히 하루만이라도 갖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니나 상코비치의 가족은 크리스마스에 장작불이 타는 난롯가에 모여 미스터리물을 읽는 그런 가족이다. 그러니까 온 가족이 모여 책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특별히 혼자만의 책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책을 도피처로 생각했다거나 하지는 않았던 저자였다. 이제 마흔이 넘어 자신만의 가족을 이루었지만 세 자매의 관계는 여전히 돈독하다.


   가장 친했던 큰 언니인 앤 마리 언니가 암 진단을 받고 몇달 후 세상을 떠나면서 저자의 인생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무기력, 우울증, 공포 그리고 죄책감까지 - 가까운 가족이 죽었을 때 느낄 수 밖에 없는 불행한 감정들에 시달린다. 언니와 공유하던 여러가지를 떠올리다가 책을 통해 그 모든 감정으로부터 도피하기로 결심한다.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시릴 코널리 <조용하지 않은 무덤> - 본문에서 재인용


   그렇게 해서 저자의 하루에 한권 책 읽기와 리뷰 쓰기라는 1년간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책은 그 1년간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과정에 수반되었던 감정과 어려움과 도움들과 극복 그리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족 특히 세 아들을 돌봐야 하고 집안 살림도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하루에 책 한권을 읽고 리뷰까지 써야하는 게 가능할까. 단순히 읽고 쓰는 행위가 목적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슬픔과 공포와 좌절과 죄책감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게 온당할까. 사랑하는 앤 마리 언니가 더 이상 내 곁에 없지만 기억을 통해 같이 했던 그 행복감을 다시 내 삶 속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저자는 책읽기라는 요양을 통해 스스로를 회복하고 다시 삶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책에는 그녀를 특별한 치유 과정으로 이끌었던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만 1년간 읽은 모든 작품들이 들어있지는 않다. 대신 그녀가 1년동안 읽었던 목록은 뒷편에 부록으로 포함되어있으니 참고가 된다. 나도 이미 번역된 작품들 몇개는 찜해두었다. 삶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절망한다. 하지만 그 절망으로부터 우리를 끌어내 줄 책이 있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