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동주와 빈센트 - 윤동주, 빈센트 반 고흐

동주와 빈센트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동주와 빈센트. 응? 내가 생각하는 그 동주와 빈센트가 맞나? 그렇다, 책 표지의 그림이 딱 빈센트의 아몬드 나무 그림이다. 이 시화집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을 살았던 시인 윤동주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만남이다. 윤동주하면 서시와 별 헤는 밤이 대표적으로 떠오르고 빈센트 역시 다양하게 그린 별과 밤의 조합이 떠오른다. 별과 밤을 사랑했던 두 예술가들의 감성을 하나로 모아놓으니 그야말로 감성 대 폭발이다. 사실 시는 내가 아직도 어렵게 생각하는 장르라서 그런지 아무리 유명한 윤동주 시인이라 하더라도 그의 대표작 몇 편을 제외하고 다른 시들은 접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반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수도 없이 봐왔으니 거의 모든 작품이 눈에 익숙하다. 익숙함과 낯섬의 만남이 주는 묘한 흥분이 시와 그림을 짝맞추기 할때마다 전달되어 온다.

   총 124편의 시와 129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는데, 마지막에 실린 4편의 글은 시가 아니라 산문이다. 산문임에도 마치 시처럼 운율이 있는 듯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시보다 산문을 꼼꼼하게 읽어보았는데, 제목과 어울리게 마지막에 수록된 <종시>는 집과 학교 사이를 오가면서 기록한 경성의 풍경에 대한 것이라 비교적 경쾌하고 일상적인 내용인데 반해 <화원에 꽃이 핀다>나 <별똥 떨어진 데> <달을 쏘다>는 내면의 소리를 다룬 것이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 글을 쓸 당시 시대적 배경이나 시인의 심리 상태 등에 관한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의 조합은 새로웠다. 두 사람이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있었더라면 비슷한 기질을 공유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시 나름대로 좋고 그림은 그림 나름대로 좋다. 그런데 약간의 형식적인 방식의 글과 그림의 매치가 조금은 아쉬웠다. 단순히 제목에 아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아이의 그림을 매치하거나 시의 내용에 여자가 들어있다고 여자 그림을 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왜 이 시에 이 그림의 조합인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그들이 이 글을 쓸 당시의 배경이나, 이 그림들을 그릴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한 부가 설명이라도 있었다면 인상깊은 시화집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