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 - 예술을 부정한 예술가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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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고백하자면 현대 미술은 나의 미술에 대한 열정과 관심의 아주 가장자리에 있다.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현대 이전의 미술을 더 편애하는 것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마르셀 뒤샹'하면 다다이즘의 창시자 내지는 선구자, 그리고 그 유명한 레디메이드 작품, <샘>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단세포보다 못한 정보만 떠오를 뿐이다. 현대 미술 전체를 보려고 했다면 아마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르셀 뒤샹, 이 한사람만 보자는 생각은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더라.

 

   결론은, 와, 이 사람 대단하구나!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지와는 별개로 그가 가졌던 미술과 미술품에 대한 일관된 철학과 인기에 편승하지 않은 초월적인 태도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인인 뒤샹이 미국으로 오게 된 건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유럽의 모더니즘에 대한 반항과 예술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잘난 전통주의와 유럽 예술가들의 기득권 싸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럽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고 모방하기에 급급했던 미국 미술의 독립을 이끈 사람이 뒤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뒤샹이 미국 미술계에 이루어놓은 업적은 눈부시다.

 

   예술가는 천재가 아니고 누구라도 미술 행위를 할 수 있으며 누구라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뒤샹의 생각은 레디메이드 작품의 탄생으로 구체화된다. 하지만 '무관심한 마음으로 미학적 감성을 가지지 않은 채 사물을 바라보아야' 하고 '레디메이드를 선정할 경우 시각적 무관심으로' 해야한다는 뒤샹의 의도는 결국 전시된 레디메이드가 미술작품처럼 '존경을 받으며 응시'되어버리는 바람에 어찌보면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샹의 미술품에 대한 일관된 철학은 현대 미술, 특히 미국 미술의 근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인인 뒤샹이 정작 자국에서는 예술가보다는 체스 선수로 알려지고 미국에서는 다다이즘의 창시자라는 멋진 타이틀을 가졌다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말이다. 이 정도 되면 프랑스는 좀 배가 아프지 않을까?

 

   여전히 나에게 뒤샹의 작품은 어렵고 그 제목의 무의미함은 이해불가이며 레디메이드 작품은 좋아하기 어렵다. 하지만 뒤샹을 현대 미술 역사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인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게다가 책이 정말 잘 쓰여졌다. 난해할 법도 한 현대 미술이 이렇게 쉽게 읽히다니, 정말 감탄!

 

파리와 유럽에서는 어느 시대에서라도 젊은이들은 늘 자신들을 어떤 위대한 사람들의 손자쯤으로 생각한다. 프랑스의 젋은이들은 자신들이 빅토르 위고의 손자들이라 생각하고 영국의 젊은이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손자들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사회의 조직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그들이 자신들의 창의력을 산출하려고 하더라도 파괴할 수 없는 전통주의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점이 미국에는 없다. 당신은 셰익스피어 따위에 관심이 없지 않느냐? 당신에게는 그의 손자란 느낌이 전혀 없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진전시키기에 이곳보다 더 훌륭한 곳은 없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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