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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평점 :
어렸을 때 읽었던 알라딘과 요술램프, 신밧드의 모험, 알라바바와 40인의 도둑 같은 수많은 모험 이야기들이, 날마다 새로운 여자와 결혼해서 하룻밤을 보내고서는 살인잔치를 벌이던 왕을 개과천선시킨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 속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을 때 오호~ 그럼 작가는 누구일까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작자 미상이란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옛 페르시아와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지역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설화나 민담 등을 엮은 이야기가 바로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 나이트인데,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그렇듯 시대가 지나면서 엮은 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버전들이 생겨나고 덧붙여지고 하여 어떤 판본이냐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지게 된다.
이번에 읽은 현대지성의 아라비안 나이트 역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조금 차이를 보였는데, 특히 램프의 요정이라고 알고 있던 지니가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이야기에서만 등장하는 고유 캐릭터로서의 지니가 아니라 그냥 아랍 설화에서 무서운 요정을 지칭하는 호칭이라는 것, 그리고 알라딘이 타고 다녔다고 기억하는 마법의 양탄자가 여기서는 다른 설화에 등장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디즈니의 세뇌 덕분에 잘못 기억하는건지 아니면 내가 읽은 판본이 또 다른 버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살인잔치를 벌이는 샤리아르 왕이 원래는 착한 왕이었다니! 셰에라자드가 1001일동안 날마다 하는 이야기인만큼 분량이 많을테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져있는 이야기 26편만 선별하여 담았다고 한다.
아뭏튼 각 나라나 지방에서 전해지는 설화나 민담이 대부분 그렇듯,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애정하는 현대지성의 클래식 시리즈에 대한 믿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재미나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듯 하다. 내가 상상한 캐릭터들과는 차이는 있지만 (이 역시 디즈니의 세뇌인 듯) 잘 그려진 삽화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심지어 이 삽화들이 무려 100년전에 그려진 것이라는데 이야기들과 찰떡궁합인지라 순식간에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된다. 디즈니가 창조한 알라딘만 알았던 독자라면, 진짜 이야기도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