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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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이제야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꽤나 오래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에 속한다. 책을 읽다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비행기에 탑승할 때 가명으로 탑승한다던지하는 지금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 때문에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회파 작품들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라면 그의 초기작들이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의외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머러스한 성향을 발견할 수 있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량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소설은 승무원들과 관련이 있다. 같은 항공사의 입사 동기인 별칭 A코와 B코는 생김새와 성격 등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지만 룸메이트로서, 같은 비행편의 동료로서 환상의 파트너십을 보여준다. 때로는 하늘 위의 비행기 안이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사건은 A코와 B코가 근무하는 항공편의 탑승자 혹은 목적지의 레이오버 호텔 등 특정 장소나 인물과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실제 그녀들과 어떻게든 엮이게 되어 있어 그녀들의 찰떡 콤비로서의 활약을 볼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사건이 아닌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여전하다. 아니, 이 작품이 초기작이니 그의 그러한 특성은 작가 초반부터 일종의 원칙으로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묻지마 범죄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인간 이면의 어두운 부분 혹은 사회의 방치가 만들어 낸 사건들을 다루는 방식이 그만큼 섬세하고 사려깊고 날카로운 작가가 흔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는 잊는 것이 좋다. 엉뚱하고 유쾌한 승무원들과의 만남은 기존의 어둡고 진지한 추리물이 주는 정신적 피로함을 달래주는 피로회복제가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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