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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변의 작은 책방 ㅣ 로맨틱 파리 컬렉션 1
레베카 레이즌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좋아하지만 로맨스 소설을 읽지 않게 된 지는 꽤 된 듯하다. 가끔 얻어 걸려 읽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SF, 역사, 추리, 판타지, 고전 등에 심취하다보면 로맨스물은 어딘지 심심하고 빤한 이야기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센 강변의 작은 책방>은 레베카 레이즌의 로맨틱 파리 컬렉션 3권 중 첫번째 작품이다. 로맨스 소설이기는 하지만 이 3부작을 흔쾌히 내 서재로 불러들인 이유는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배경이 파리이기 때문인데, 파리는 관광객으로 득실대고 소매치기와 도둑들이 호시탐탐 관광객들을 노린다. 파리지엥들은 멋진 사람들일지는 모르나 불친절하고 도시는 지저분하고 지하철에서는 불쾌한 악취가 진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매일 가도 또 가고 싶은 미술관이 가득하고 아무데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풍경이 되는 도시이고 설탕 가득 넣은 진한 에스프레소가 맛있다고 생각되는 도시이고 오래된 도시만이 줄 수 있는 낭만과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첫번째 책에는 파리의 유명한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오마주한듯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이라는 서점이 등장한다. 미국의 시골마을 애슈퍼드에서 '북숍 온 더 코너'라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새라는 어릴 적 겪은 한 사건으로 책에만 파묻혀 지내면서 모험 따위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다. 파리의 유명한 전통있는 서점인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운영하는 소피는 최근 겪은 실연의 상처로 파리를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둘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며 알게 된 친구 사이이고 어느 날 소피는 몇개월만 서로 서점을 바꾸어 운영하자고 제안한다. 평소의 버킷 리스트에 '파리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가 있던 새라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소피의 제안을 수락하고 멋진 파리 라이프를 꿈꾸며 파리에 입성한다.
새라와 새라가 사랑해마지 않는 소설에나 나올법한 똑똑하고 잘생김이 뚝뚝 묻어나고 다정하기까지 한 리즈라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다. 손님도 별로 없어서 하루종일 책장에 기대 앉아 로맨스 소설을 읽을 수 있었던 북숍 온 더 코너와는 달리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정신없고 계산대에 늘어 선 긴 줄은 끝이 없고 손님들은 불만이 가득하고 직원들은 게으르고 근무시간은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새로운 점장인 새라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점, 특히 시간이 멈춘듯한 오래된 고서점이라는 장소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이야기 속에 묘사된 서점 속의 공간들을 상상하고 새라가 마음이 우울할 때마다 거니는 파리의 골목골목이나 센 강변의 풍경, 몸을 녹일 수 있는 카페나 맛있는 치즈와 빵을 살 수 있는 시장에 대한 묘사를 읽고 있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예매해야 할 것 같은 충동에 빠진다. 책에 나오는 모든 로맨스는 그 곳이 파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원스 어폰 어 타임'이라니, 어쩌면 책방 이름도 이리 로맨틱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