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위한 변명 - 어떻게 지금의 한식이 되었는가
황광해 지음 / 하빌리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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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이 도대체 뭐지? 한국 음식이지, 우리 음식. 외국인이 우리에게 한국음식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 거의 자동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음식은 김치, 불고기, 그리고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장류를 이용한 국물이나 찌개 같은 것들이 아닐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예전부터 내려오는 음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국 사람의 문화로 인해 탄생한 음식은 한식의 범주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음...그렇다면 다른 나라에 없는 음식이면 한식이라고 해도 되나? 책을 읽기 전부터 각종 의문이 따라다닌다.

 

   이 책은 좀 충격적이다. 우리가 곱게 포장해서 한식이라고 입고 있던 옷들이 발가벗겨지고 난도질 당한다. 정갈하고 고운 그 음식들이, 임금님 수랏상이, 궁중 음식이, 12첩 반상이 다 허상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천천히 읽어본다. 우선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반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향토 음식'과 '보양식'이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향토 음식이라는 것은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전승된 음식이라는 것인데, 이는 일본처럼 나라가 '번'이라는 독립적 조직으로 분리되어 통치되는 곳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은 중앙집권국가였고 지방의 관리 역시 중앙에서 파견되는 형식인데다가 그 지역에서만 나는 식재료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향토음식이란 지역별 특산물을 선호하는 일제의 잔재라는 것이다. 보양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흔히 보양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먹는 삼계탕은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고 장어 역시 예전에는 먹기를 꺼렸던 식재료였고 개는 상식을 하는 가축이었지 보양식으로 간주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임금님 수랏상, 즉 궁중음식의 진실을 파헤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궁중음식, 궁중 요리라는 것이 친일파의 잔재임을 증명한다. 안순환이 세운 명월관이 한식의 뿌리라 말하고 경술국치라는 나라의 위기를 이용해 호위호식했던 친일파를 한식의 계승자로 내세우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도대체 친일파의 찌끄러기는 어디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건지 안타깝다. 게다가 순종의 윤비를 모신 상궁으로 대접받으며 궁중요리 연구가이자 고종, 순종 수랏상 차린 무형문화재로 등극한 한희순의 이야기는 더욱 놀랍다. 제사나 사신등을 대접하기 위한 행사용 음식이 아닌 조선 임금들이나 신하들의 밥상은 화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궁궐의 주요 행사에서도 고급 관리들까지 반찬이 없는 백반을 먹었고 비교적 나라가 안정되었다고 하는 정조 시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서조차도 16기 밥상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과거의 이야기들만 풀어놓지 않는다. 현재 우리들의 음식 문화 역시 비판한다. 개인적으로는 돌솥밥이나 뚝배기에 내놓는 찌개 등을 좋아하는데, 저자는 음식을 조리하는 도구를 밥상에 가져와 먹는 행위나 한식의 특질을 무시한채 무분별하게 성질이 다른 다른 나라의 음식 문화를 접붙이려는 시도 역시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한식이라는 음식 자체의 복원이나 재현에 신경쓰기보다는 '한식의 정신'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하기도 어려운 귀한 식재료가 아니라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식재료로 소박하게 만드는 음식이 한식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박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

(책에서 재인용)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저자의 어투가 좀 과격하고 지나치게 직설적이라 좀 불편할 수는 있으나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도를 읽도록 해보자. 한식이 무엇인지, 우리 음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한식의 세계화니, 세계 최초이니, 전통 계승이니 어쩌니 하는 허망한 일들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일단, 한식의 정신부터 제대로 복원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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