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트레일 - 죽기 전에 꼭 걸어야 할 크레이지 홀리데이 6
이영철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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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 전에 걸어야 할'이라는 식상한 부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진짜 죽기 전에 10개 중 하나라도 걸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걷기로 유명한 길들에 관한 가이드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트레일이 10개 밖에 없지는 않고 당연히 세계 10대 트레일이라는 타이틀도 누가 어디서 선정하느냐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저자가 선정한 10대 트레일의 기준은 누구나 인정하는 아름다운 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가고 싶어하는 길, 저자 개인의 취향에 맞는 길이라고 서문에서 언급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 이 길들은 모두 저자가 직접 가본 길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냥 가이드북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본 가이드북 중 가장 퀄리티가 높다고 해야할까, 정보의 디테일과 꼼꼼함과 친절함이 그냥 진짜 사람 가이드 한명 대동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다. 열군데의 트레일은 우선 각각의 트레일이 갖는 특징과 간략한 역사, 주의할 점 등 개괄적인 내용과 아름다운 사진으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은 한편한편이 에세이에 가깝다. 그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코스 가이드가 등장하는데, 이게 압권이다. 하루동안에 움직여야 할 코스를 구간별로 쪼개서 구간별 거리와 누적거리 및 소요시간 그리고 전체 여정에서의 진척율 등을 표시해주고 해당 코스에서 주의할 점과 코스의 특징들을 상세하게 다시 한번 짚어준다. 우리가 잘 아는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경우는 총 여정이 29일인데, 그 29일을 하루하루씩 쪼개서 설명해준다는 뜻이다. 그 다음은 트레킹과 관련된 기초정보들인 여행에 적합한 시기나 비용에 관한 정보, 깨알팁등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마일 포스트'라는 섹션이 있는데, 모든 경유지의 거리와 해발고도 정보등을 표시하여 각 트레일 코스의 지리적 특징을 다시 한번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 정도면 게임 끝 아닐까?

 

   10대 트레일 모두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체질적으로 나는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주도의 오름 정도의 높이라면 모를까 안나푸르나 서킷이나 몽블랑 둘레길은 일찌감치 제외되었고, 나에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트레일은 영국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면서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폭풍의 언덕>의 황무지인 무어랜드를 볼 수 있는 영국 횡단 CTC와 아일랜드의 위클로 웨이, 그리고 제주 올레가 일본에 수출된 (실제로 올레라는 브랜드의 사용과 제반 컨설팅을 포함하는 협약을 제주 올레와 맺었다고 한다) 규슈 올레이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길들이 많은데, 내 취향과 내 몸의 여건에 맞는 트레일 하나쯤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이런 책을 읽고서도 죽을 때까지 가보지 않는다는 건 어쩐지 죄악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어느 새 훌쩍 떠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나.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 니체 (책에서 재인용)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 루소 (책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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