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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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밍웨이의 작품을 대라고 하면 적어도 그의 대표작만큼은 술술 나온다.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 <노인과 바다> 등. 이 중에서 내가 성인이 되어 완독을 한 작품은 <노인과 바다> 하나뿐이라니, 고전이랄지 현대작가들의 위대한 작품 같은 것은 이렇게나 읽기가 어려운 법인가보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갓 결혼했던 첫번째 부인과 함께 '토론토 데일리 스타'의 해외 통신원 자격으로 파리에 체류하면서 지냈던 일들을 기록한 것인데, 체류당시 기록한 것이 아니고 1957년에서 60년 사이에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파리 시절을 회고하며 쓴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거기에 추가로 헤밍웨이의 미발표 미완성 원고를 추가한 것이라 완성도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기는 하나 작가의 마음이 담긴 일기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통신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틈틈히 글을 쓰곤 했던 당시 신출내기 작가였던 헤밍웨이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 아내에게는 점심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와서 공원을 산책하면서 점심 값을 아낀다던지, 난방을 하지 못해 추위에 떨면서 생활하는 등 궁핍한 여건 속에서도 파리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예술적인 낭만을 좋아했다.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기도 하고 예술가를 후원했던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와 만나기도 하고 실비아 비치가 운영하는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책을 빌리기도 하는 등 그의 작가로서의 성공의 발판이 된 도시가 바로 파리였다. 특히 배고픔은 그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고 배고픔을 참는 것을 글을 쓰기 위한 훈련으로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디테일하고 마치 내가 직접 음식을 앞에 놓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다. 헤밍웨이 역시 자신의 배고픔이 작품 속 주인공들을 대식가와 미식가로 만드는 데 기여했음을 밝히고 있다.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나는 파리를 평생 사랑했습니다.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 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 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 1950년 헤밍웨이의 인터뷰 (책 속에서 재인용)

  

   이 에세이의 제목 <파리는 날마다 축제>의 영어 원 제목이 바로 '움직이는 축제'이고 이 제목은 바로 위의 인터뷰에서 따온 듯 하다. 비록 헤밍웨이의 삶이 자살로 끝났지만 우리는 그가 남긴 기록으로 그가 가장 행복했던 한 때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 판본은 풍부한 주석과 마지막에 수록된 사진들로 인해 훨씬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다. 헤밍웨이와 함께 1920년대의 파리의 골목골목들, 아마도 지금도 여전히 어느 정도는 남아있을 카페와 식당들을 거닐어보자. 파리를 '움직이는 축제'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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