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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식물학자 - 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8월
평점 :
세상의 모든 위대한 술은 식물에서 출발한다
술 취한 식물학자라니, 제목이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전 세계의 위대한 술을 만들어내는데 식물이 하고 있는 역할을 고려해 보면 술에 취하지 않은 식물학자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알고 있는 몇가지 안되는 술도 모두 고구마, 옥수수, 포도, 쌀 등 식물을 원료로 해서 만든다. 과일은 술을 만들기에 좋은 재료인지라 그래, 각종 과일들도 떠오른다. 하지만 또 어떤 식물들이 술의 원료가 된다는 것이지? 놀라지 마시라, 이 책에는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식물들의 이름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그 모든 것들이 술이 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바로 발효와 증류라는 연금술을 통해서인데, 저자가 와인과 맥주, 증류주를 탄생시키는 대표적 원료와 두가지 연금술의 만남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부에서는 인간의 술에 대한 무궁무진한 창조성을 보여주는 식물 이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가지 혹은 몇가지를 원료로 사용하여 술을 만들었다고 거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월계수나 정향, 코리앤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향신료 뿐만 아니라 호로파, 봉작 고사리, 방취목 등 이름도 생소한 식물들, 꽃들 나무들이 양조업자들의 비밀 레시피에 포함되고 바텐더들의 칵테일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칵테일 제조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가나시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속에 등장하는 그 많은 술을 다 마신 것처럼 어질어질하게 된다. 인간의 술에 대한 이토록 경이로운 욕망이라니!
술도 술이지만, 이 책은 식물들에 대한 놀라운 사실과 재미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니 술에 관심이 없다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장 한장 읽을 때마다 등장하는 모든 술을 맛보고 싶어질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수많은 칵테일의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다. 칵테일의 이름이 만들어진 유래와 들어가는 알코올의 종류까지 알려주니, 이젠 더 이상 진부한 칵테일만 주문하지 말자. 혹은 집에서도 별 복잡한 재료나 도구 없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칵테일 종류도 많으니 집에 있는 술의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제는 모든 식물이 술과 연관된 무언가로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술 한잔을 놓고도 식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