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 - 전국역사지도사 모임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 - 3.1운동부터 임시정부까지 그 길을 걸은 사람들 ㅣ 표석 시리즈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19년 4월

   '표석을 따라' 시리즈로 3번째 나온 책인데 이전에 나온 두권과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앞선 두권이 표석을 따라 한성과 경성이라는 특정 장소에서 역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공간에 대한 흔적과 일제가 우리 땅에 강제로 남겨놓은 수탈의 증거 등을 표지 삼아 100년 전 만세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새김과 동시에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한 재조명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만세 운동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과 탑골 공원의 3.1 만세 혁명 말고도 이들 독립운동의 진원지 역할을 한 최초의 독립선언인 대한독립선언을 시작으로 3번의 독립선언에 대한 두 챕터에 걸친 이야기는 눈물겨웠다. 각각의 독립선언서 전문을 쉽게 풀이해서 담은 부분은 특히 좋았고 가장 큰 규모였던 3.1 만세 운동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돌연 독립선언 장소를 태화관으로 변경한 일, 그래서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지도자 없이 만세 운동을 하도록 방치한 것, 완력으로 소요를 일으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타일렀다고 해서 모인 사람들이 모두 순순히 자진해산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을텐데 일제의 무자비함을 알면서도 태화관에서 선언서 낭독 후 자진해서 일본 경찰에 잡혀간 점 등은 사실 아직도 완전히 이해는 되지 않으나 민족을 대표하는 지식인들로서 자신들의 목숨을 내걸고 한 것인만큼 나라를 생각하는 그들의 정신만큼은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독립운동가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여성독립운동가들,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기억하지 못하는 독립운동가들과 조력자들, 사회주의자로 낙인 찍혀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 독립운동을 도운 외국인들, 그리고 친일, 반일, 항일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조선의 황족들과 귀족들, 변절자들과 매국노까지 다 담아내고 있어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를 큰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는 지침서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총 여덟개의 장을 다른 분들이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사람이 쓴 듯한 통일성 있는 문체가 가독성을 높여주었고 독립운동과 관련된 표석이 위치한 지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표석들 사진까지 참고자료로 실려 있어 대부분 터만 남은 자취라 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친절함까지 갖춘 책이다. (그런데 의친왕의 차남인 이우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희생된 것도 억울한데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있다니! 정말 기가막힌 일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이 2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합사 명단에서 삭제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고 있는 이 안타까운 상황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