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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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도 오디오북으로 이제 열여섯살이 된 에이번리의 앤을 만났었는데, 오늘은 다시 초록지붕의 앤으로 돌아왔다. 요즘들어 심심치 않게 '빨간머리 앤'에 관련된 책들이 나오는 듯 한데, 그만큼 팬들이 많다는 뜻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앤으로부터 받은 위로와 사랑과 희망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의 저자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 만화와 책으로 만난 빨간머리 앤을 잊지 못해 잡지에 글이나 그림을 실을 때도 어느 새 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장면과 사물들을 상상하며 그렸고 그 작업들이 하나하나 모여 이 책이 탄생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만화로 보았던 빨간머리 앤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앤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앤이 맨 처음 기차역에 도착한 날 '환희의 하얀 길'이라고 이름 붙인 하얀 사과나무 꽃이 피어있던 가로수길부터 초록지붕집까지, 그리고 다시 드라이어드 샘을 지나고 우유병을 담가두는 시내를 건너 학교까지 가는 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린 에이번리 지도를 시작으로 앤이 감탄했던 다양한 꽃들과 이야기 속 다양한 장면들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역시 어느 새 앤을 처음 만나던 때로 돌아가게 된다. 앤을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그 시절, 초록지붕집에 대한 로망과 퍼프 소매 달린 드레스에 대한 소망과 앤이 길버트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합쳐져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던 그 시절로 말이다. 앤과 처음 만난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삶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소소한 기쁨인 것 같다.

 

지금은 모퉁이를 돌고 있어요. 모퉁이를 돌았을 때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틀림없이 제일 좋은 것이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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