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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평점 :
최근 개봉한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인기가 대단하다. 나도 곧 보려고 예매를 해두었지만 휴일에는 아이맥스관 예매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1세대 어벤저스 시리즈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팬들을 보면 마블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이 인기의 중심에는 마블과 평생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탠 리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책은 바로 그분의 삶과 마블의 수퍼히어로들의 역사를 다룬 일종의 전기 형식을 띤 작품이다. 단순히 마블과 히어로들의 팬으로서가 아니라 평생 미국의 대중문화와 만화책에 대해 연구한 저자의 작품인지라 다른 나라 사람으로서 쉽게 알기 어려운 만화책을 비롯 대중문화의 변화에 대한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막 개봉한 이 시점에 말이다!
루마니아 유대인 이민자였던 스탠 리의 부모가 미국에 발을 내딛었던 시절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땅에 정착하여 풍족한 삶을 누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얼마 되지 않아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대공황의 여파로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아이들이 돈 문제로 부모가 다투는 걸 보고 자라는 건 일상이었다. 스탠 리 역시 예외일 수 없었고 고정적인 수입으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스탠 리가 타임리 코믹스에 조 사이먼과 잭 커비의 조수로 입사하게 되는데, 이 순간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전 세계 수많은 마블 팬들을 탄생시킨 지금의 어벤저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사실 책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 속 히어로들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 훨씬 앞선 만화 속 히어로들의 탄생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 시대의 만화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지금의 마블 맨, 스탠 리가 존재하기까지 말풍선과 히어로들의 대사를 쓰는 작가로서의 스탠 리, 편집자로서의 스탠 리라는 인물, 어떻게 보면 현재 히어로들의 창조주라고도 할 수 있는 마블 맨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은 마블 팬으로서 보여주는 어떤 예의처럼 생각된다.
마블이 오늘날 '문화적 시대 정신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마블이 있기까지는 스탠 리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만화를 대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대중의 관심을 끝까지 붙들어맬 수 있었던 그 중심에 스탠 리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마블 맨은 역사의 한 페이지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가 사랑했던 히어로들은 지금도 멀티 유니버스의 어느 한 공간에서 미소 짓고 있는 그를 만나고 있을 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