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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빨강머리 앤 : 에이번리 이야기 (오디오북) ㅣ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낭독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어렸을 때야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지만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왜 빨강머리 앤을 좋아할까.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어렸을 때 TV 시리즈로 보았던 만화, 10권짜리 전집도 구입, 각종 출판사에서 나온 빨강머리 앤의 다양한 판본 구입, 넷플릭스 시리즈로 나온 빨강머리 앤, 그린 게이블즈가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대한 로망, 이제는 오디오북까지, 빨강머리 앤에 관련된거라면 저절로 눈이 가고 손이 가게 된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장 주된 이유는 어렸을 때 만났던 인물에 대한 추억 때문인 것 같다. 나는 하지 못했던 말들, 나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통쾌하게 해주던 그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앤이라는 캐릭터와 에이번리 마을 사람들에 대한 추억 말이다.
아뭏튼 그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이번에는 오디오북으로 그들을 만났다. 보통의 오디오북이 오디오로만 구성되어 있는 반면 컴북스 오디오북은 특이한게 오디오북과 종이책이 한 셋트로 구성되어 있다. 책 표지에 자그마한 USB가 들어있는데 여기에 14시간 분량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4시간이라는 엄청난 분량의 이야기를 지치지도 않고 멋지게 소화해내는 성우는 예전에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에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도 만난적이 있는 이지혜님이다. 이번 '빨강머리 앤, 에이번리 이야기'는 먼저 출간된 '빨강머리 앤, 초록지붕 집 이야기'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인데, 앞으로도 계속 출시된다고 하니 전집으로 다 읽기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오디오북 시리즈를 노려보아도 좋겠다.
종이책도 물론 좋지만 오디오북은 자투리 시간을 틈나는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음원 파일을 복사하여 스마트폰에 넣어서 걸어가면서도 듣고, 멀미로 책을 보기 어려운 버스 안에서도 듣고, 집안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눈이 피로한 저녁 시간에도 들으면서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 속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며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 수도 있다. 이지혜님이 목소리만으로 서로 다른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재주에 감탄하며 목소리만으로 에이번리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종이책과 함께 하는 컴북스 오디오북의 매력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고 앞으로 나올 다른 이야기들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