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릭 백작 리처드 네빌 - 장미전쟁의 킹메이커
찰스 오만 지음, 이지훈.박민혜 옮김 / 필요한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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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읽은 같은 저자의 <중세의 전쟁>에서 가독성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있어 이 새로운 책 앞에서 좀 망설이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장미전쟁'이라는 랭커스터와 요크 가문의 왕위를 둘러싼 30여년간의 특정 전쟁을 배경으로 한데다 당시 킹메이커라 불리우던 워릭 백작인 리처드 네빌이라는 인물을 중점으로 다룬 비교적 좁은 범위의 역사라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 선택한 책이고 이번에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붉은 장미로 대표되는 랭커스터 가문과 흰 장미로 대표되는 요크가문이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했던 전쟁이라고 해서 장미전쟁이라고 부르는데, 두 가문이 싸우다 결국 요크가문의 승리로 끝난 전쟁이라는 단편적 결과로만 접했던 이 장미전쟁에서 사실은 워릭 백작이라는 리처드 네빌이 엄청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세의 전쟁>보다는 훨씬 나아진 가독성에도 불구하고 워릭 백작이라는 인물이 역사 속에서 등장하기까지는 꽤 많은 인물들의 등장을 인내해야 한다. 성서 속의 누가 누구를 낳고라는 기나긴 인물 사전보다 더 복잡한 왕족과 귀족 가문들의 등장을 조금만 참아내면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인 워릭 백작, 리처드 네빌과 조우하게 된다.

 

   랭커스터 가문의 헨리6세가 이끄는 잉글랜드는 '잘못된 국가적 자부심'과 '지배 계급의 개인적 이익' 때문에 절망스러울 정도로 오래 지속되었던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인한 불만을 해결할만한 능력도 의지도 상실된 나라였고 당시 아이가 없던 헨리6세의 상속인이었던 요크가문은 불만 세력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란의 대의에 걸맞는 가문이었다. 결국 요크 가문의 에드워드가 헨리6세를 몰아내고 왕으로 즉위하기까지는 그의 사촌인 워릭 백작의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후 워릭과 에드워드4세간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까지 워릭은 요크가문에 충성을 다하게 되고 기나긴 30여년간의 전쟁에서 랭커스터와 요크 가문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동안 요크가문이 승리하는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 된다.

 

   저자는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는 대전제로 인해 장미전쟁의 기간동안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던 워릭 백작에 대한 잘못된 오명을 바로잡고 그에 관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기록들을 복원하려는 의도로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대의가 마지막에 사촌과 사위의 배신으로 물거품이 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물론 이 책의 모든 내용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도 모르나 어쩔 수 없었던 변절의 순간에도 위엄을 잃지 않았던 워릭 백작에게 이 순간만큼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저 가문의 싸움이라고만 생각했던 장미전쟁의 본질과 진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안내자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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