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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도시 - 교류의 시작과 장소의 역사
정병설.김수영.주경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국제18세기학회라는 것이 존재하는 줄 처음 알았다. 그 아래 지부로 한국18세기학회라는 것이 있고 이 책은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다섯명이 '도시'를 키워드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그 점을 먼저 짚고 가는 이유는 그렇지 않을 경우 서로 다른 글쓰기 스타일과 제각각의 중점을 두는 분야 때문에 소재만 18세기 도시이지 전혀 일관성 없는 글을 대하는 당혹스러움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25편의 각기 다른 단편소설 정도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큰 무리는 없겠다.
18세기 하면 유럽은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계몽주의가 꽃을 피웠으며 유럽열강들이 나머지 세계에 대해 식민지의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시기였다. 중국은 청나라 건륭제 시절로 인계와 신계의 구분이 없는 나라가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속에 살던 시기였으며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 여전히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로 거점을 옮기고 활동하던 때이다. 조선은 영조와 정조가 통치하던 시기에 해당한다.
18세기 각 나라의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고찰을 기대하며 책을 읽어나갔는데,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글은 일부에 불과했다. 앞서 말했듯이 연재하던 글들을 모아놓은지라 당시 연재의 맥락이나 흐름을 모르고서 그냥 읽다보니 '18세기 도시'의 한 귀퉁이만 설명하다 끝나는 글들이 있어 많이 아쉬웠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에 관한 글인데 루브르 이야기만 하다 끝이 난달지, 도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그 도시에서 태어난 특정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글들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연재성 글들을 책으로 다시 출간할 때에는 그냥 복붙이 아닌 이야기의 중간중간을 이어주고 개별 이야기를 통합하는 편집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최윤영님의 '베를린'과 문희경님의 '바스' 를 다룬 글들은 당시 그 도시들의 전체적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만큼 인상적이어서 그분들이 언급한 참고문헌들과 번역서 그리고 저서들은 추후를 기약하며 기록해 놓았다. 넓고 얕은 지식은 나에게 잘 안맞는걸로 다시 한번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