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평전 - 강의한 사랑의 독립전사
이태복 지음 / 동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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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열사들의 평전이 지속적으로 발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올해가 3.1 혁명과 임시정부수립의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인만큼 책을 통해서라도 그분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사람된 도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윤봉길 의사하면 생각나는 것은 도시락 폭탄과 물통 폭탄이다. 1932년 4월29일, 상하이에서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 축하행사가 열리던 날, 3만명이 운집해 있던 축하식장에는 일본군 사령관인 시라카와 대장을 비롯 주중총영사, 사단장, 해군사령관 등 일본의 주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윤봉길 의사가 던진 물통 폭탄은 시라카와 대장의 발 밑에 정확히 떨어졌고 시라카와 대장과 가와바타 사다지 거류민단 행정위원장은 죽고 나머지 사람은 실명하거나 다리가 절단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속시원한 한방이었다. 그런데 윤봉길 의사는 왜 상하이에서 폭탄을 던지게 되었을까? 일제의 심문조서에 기록된 윤의사의 대답을 인용해본다.

 

이번의 폭탄 투척이 독립에 직접적인 효과는 없지만 조선인의 각성을 촉구하고 더 나아가 세계인에게 조선의 존재를 명료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상하이는 임시정부가 있고 많은 독립투사들이 활동하던 곳이기도 했을 뿐 아니라 각종 서방 열국의 조계지가 있어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 용이했을 뿐 아니라 당시 중국의 혼란스러운 정세와 일본의 상하이에 대한 야심 등으로 보아 조선의 독립 의지를 만방에 알리기에 적합했을 것이다. 이 평전에서는 윤봉길 의사가 거사를 이루어낸 1932년 4월29일의 이야기로 시작해 사형을 당한 12월까지의 상황을 먼저 기술한 다음 과거로 옮겨가는 형식으로 그의 일생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거사 후 김구 선생이 발표한, 김구 자신이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이며 윤봉길은 행동대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성명은 윤봉길 의사의 거사를 폄하한 부당한 내용이라는 것과 당시 김구 측근들이 중국 언론에 안창호 선생에 대한 모략과 비방의 투서를 쓴 행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항일투쟁 정신과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나라를 되찾아야만 한다는 가장 큰 대의가 있었음에도 서로 편가르기를 하면서 분열을 보였던 상황에 대한 비판이지 않을까.

 

   이번 평전에는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대립 등 당시 중국의 정치적 배경과 열강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독립운동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또 한가지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테러리스트 취급하면서 형사법정에 세우더니 윤봉길 의사는 군법 재판에 회부되어 신문 23일만에 사형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총살형 집행 장소를 상하이 투탄 사건의 관할인 9사단 관하의 가나자와로 정한 부분이나 사형 시간을 시라카와 대장이 사망한 시간이 맞추어 진행한 점, 그리고 시신을 가족들에게 송환하지도 않고 묘지도 없이 쓰레기장 입구에 암매장 한 사실을 보면 일제의 비열함과 찌질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다만 한가지 위안이라면 그로부터 13년이 지나 해방 후, 윤의사의 암장지를 영구 임대하여 순국 기념비를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윤봉길 의사의 '강의한 사랑'을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에 새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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