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에 담긴 세계사 - 역사 속 그들의 인생을 바꾼 와인 리스트
안자이 기미코 지음, 우노 아키라 그림, 황세정 옮김 / 니들북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라고까지는 하기 뭐하지만 와인과 관련된 역사 속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술 중에서도 특히 와인은 알고 마시면 더 즐거운 술이다. 물론 내가 마시는 와인은 그저 평범한 와인들이라 역사 속에 등장할 정도로 대단한 와인들과는 거리가 멀지만 책의 좋은 점은 상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데 있지 않을까. 마치 내가 모나코 레니에 공과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인 것처럼 피로연 테이블에 놓인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샴페인 '뵈브 클리코'의 태양의 맛을 상상해봐도 좋고,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사랑한 '토카이 와인'을 상상해봐도 좋겠다.

 

   와인에 얽힌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쉽다. 몇개 안되는 에피소드 중에서 샴페인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다가 어떤 이야기는 그냥 구색맞추기를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느낌도 있어 내용의 깊이면에서는 그다지 기대할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로 '샤토 샤스 스플린'이라는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 와인과 관련해 와인 정보 사이트 혹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설, 심지어 기자가 쓴 기사에도 버젓이 이 와인이 보들레르의 우울증을 낫게 해준 와인이라고 나와있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보들레르가 이 샤토의 와인을 마시고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것인데 이 책을 읽으니 완전히 와전된 것인 듯 하다. '샤스 스플린'이라는 이름이 '우울함을 벗어던지다'라는 뜻으로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나온 시 <우울(스플린)>에서 이름을 참고하였을 뿐, 보들레르는 자신의 시가 샴페인의 이름이 될 거라고는 알지도 못했다는 것!

 

   와인을 마시는 자리에서 가벼운 이야깃거리가 필요하거나 진지한 역사서를 읽다가 중간에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혹은 갑자기 와인이 마시고 싶은 날에 안주삼아 읽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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