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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1학년
고쿠보 다케루 지음, 소은선 옮김 / 단디(도서출판) / 2019년 2월
평점 :
처음 와인을 접하고 좋아하게 되면서 와인 일알못을 탈출하기 위해 나름 와인에 관한 이론서들을 몇권 읽었었다. 물론 읽기는 하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던 책들이 대부분이고 몇차례 그런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는 그래, 소믈리에 할 것도 아닌데 와인을 글로 배워서 어따 써먹냐라는 회의주의에 사로잡혀 그저 마시기를 반복하는 주류 인생을 이어왔다. 오호, 근데 이런 책이 눈에 확 들어오는거다. 바로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을 캐릭터화하여 와인 맛있는거 주세요!라고 밖에 할 줄 모르던 주인공이 그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와인에 대해 알게 된다는 그런 설정으로 꽤나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만화를 접목한 작품이다.
와인의 역사가 시작된 프랑스를 선두로 각 나라의 포도 품종들이 등장하는데, 한때 인기를 끌었던 와인 만화에서 주인공들이 와인을 마실 때마다 뿜어내는 화려한 미사여구들이 주는 당황스러움과는 달리, 정말 딱 마음에 와닿는 그런 표현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이 맘에 들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카베르네 쇼비뇽은 타닌이 풍부한 레드와인의 주요 캐릭터인데다 다른 포도들과의 블렌딩으로도 많이 쓰이는만큼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완벽하게 소화를 해내는 우등생'이라는 표현을 하는가하면, 부르고뉴의 대표적 품종인 피노누아는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것으로 구입해야 실망하지 않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쉽게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기품이 넘치는' 캐릭터로 묘사되었을 때 바로 공감할 수 있었다. 독일의 원산지 통제 명칭의 약자인 Q.b.A가 어떤 단어의 약자인지 설명할 때는 (크발리테츠바인 베쉬팀터 안바우게비테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이건 뭐 말하면서 사방팔방으로 침만 튈 뿐, 당최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막간 유머까지 챙기는 저자의 쉽고도 재미있는 와인 이야기가 왜 또 그렇게 와인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지, 음주 독서를 부추기는 훌륭한 책이다. ㅎㅎ 와인 2학년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