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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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로 카이사르가 기원전 44년 암살당한 후 유언에 따라 그의 후계자가 된후 카이사르 가문의 이름을 물려받은 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처음에는 카이사르의 암살자들에게나 로마 원로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은 듯 보였으나 결국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를 암살한 자들을 처단하여 복수를 이루고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로 군림하며 '위대한 자,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부여받는다. 

 

   이 책 <아우구스투스>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 형식이 독특하다. 리비우스의 <로마사>나 다마스쿠스 니콜라우스의 아우구스투스 전기의 단편들과 같은 실제 존재하는 기록들에 작가의 창작력을 더하여 등장인물들끼리의 서간문, 혹은 일기 형식으로 구성한 픽션이다. 그러다보니 마치 한편의 역사서를 읽고 있는 듯한 몰입감에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혀오르기도 한다. 그동안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많이 읽어왔지만 그의 양자, 어찌보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그늘에 가린 듯 보이지만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되어 장기집권에 성공한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처음이다. 

 

   주인공이 명백하게 아우구스투스 황제임에도 소설의 대부분은 그의 주변인물들간에 오고간 편지에 의해 드러난 아우구스투스를 보여준다. 옥타비우스의 친구들인 마루쿠스 아그리파의 회고록, 마에케나스가 리비우스에게 들려주는 친구이자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이야기, 카이사르 암살 후 키케로와 브루투스간의 서신, 원로원 회의록,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간의 편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유일한 혈육인 딸 율리아의 일기 등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만 우리는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모습을 본다. 그러다가 마지막 챕터에서 일흔 여섯의 황제가 죽음을 앞두고 다마스쿠스의 니콜라우스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진짜 그를 접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황제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독자를 한번 놀라게 하고 또 마지막 그의 임종을 지키던 의사 필리푸스가 그의 사후 40년 후에 세네카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 문구에서 삶의 냉소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허허...이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결말이 주는 작가의 위대함이라니. 아우구스투스의 실제 모습이 어떠했든지간에 작품 속에서는 그 지위와 명예가 선사하는 영웅으로서의 모습이 극대화되었다거나 신성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후계자로서의 엄청난 위용이 드러난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마지막에 니콜라우스에게 보내는 편지는 어쩐지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의 마지막을 묘사했던 시를 읽었을 때의 슬픔을 느끼게 했다.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를 이 작품을 통해 제대로 만났으니 이제 다른 황제들 차례일까. 그동안 늘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머물렀던 관심을 이제 로마의 다른 인물들에게로 돌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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