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 실제로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7명의 왕이 재위하면서 500년 이상을 이끌어 간 조선왕조의 명목상 최고 권력자들은 당연히 왕들일 것이다. 하지만 '왕'이라는 지위는 혈통과 명분에 의해 계승되었던 것인만큼 실제로는 한 나라의 군주로서의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한 나이에 왕이 되기도 하고 서로 왕이 되겠다고 골육상쟁의 피비린내를 진동하며 왕좌를 차지한 이들도 있었고 정말로 왕이 되어서는 안되었던 인물이 왕이 되어 나라를 말아먹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왕 자신의 능력과 성향과 안목에 의해서만 통치되었을까. 당연히 그들 곁에는 왕을 보좌하고 따르는 참모들이 있었을 것이다. 27명의 왕 중에 성군도 있었고 야심만만한 왕들도 있었고 폭군도 있었던 것처럼 그들을 모셨던 참모들 역시 역사가 충신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고 간신이나 역적으로 기록된 이들도 있다. 참모가 간신이면 왕 역시 간신들에 의해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면서 나라를 말아먹을만큼 참모가 왕과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총 40명의 '왕의 남자'들을 그들이 모셨던 왕들과 짝을 지어 소개하고 있다. 왕이 나라를 제대로 통치할 수 있도록 올바른 조언을 하고 왕의 비전에 따라 등용되어 후세에까지 좋은 평판을 받는 참모들이 있는가 하면 학자로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어도 정치적으로는 간신과 배신의 아이콘으로 남게 된 참모들도 있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대원칙이 적용된 신하들도 있다. 그리고 국정농단을 주도하고 누가 봐도 간신일 수 밖에 없는 신하들도 있는데, 저자는 이 모든 이들을 '참모'의 범위 안에 넣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들이 어떻게 한 나라의 왕과 백성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선왕조의 역사를 읽을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찌나 파란만장한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조선 후기로 올수록 심해지고 반복되는 당쟁과 파벌의 야비함이 어찌나 지금의 그것과 닮았는지, 현재의 정치가들이 이 책을 정독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고 시대별로 정리도 잘 되어있어 역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오타 특히 인물들의 생몰연도와 이름의 오타가 자주 눈에 보이고 문맥이 앞뒤가 안맞는 곳들이 몇군데 있어 좀 더 세심한 감수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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