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느끼는 오감재즈 - 재즈라이프 전진용의 맛있는 재즈 이야기
전진용 지음 / 다연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재즈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이제부터 재즈 좀 들어볼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재즈는 나에게는 여전히 잘 찾게 되지 않는 음악이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재즈를 들으면 좋고 비가 오거나 감정이 다운되거나 할 때에는 재즈를 들으면 어쩐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듣는 음악으로서 찾게 되지는 않는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책을 읽거나 재즈가 등장하는 영화를 볼때면 재즈라는 음악에 대해 호기심이 일다가도 몇번 듣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감재즈>는 재즈를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의 그런 감정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재즈의 본성은 불협화음과 즉흥 연주인지라 잘 짜여지고 잘 맞춘 화음과 멜로디에 익숙해 있는 사람에게는 재즈가 어렵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음악은 외우는게 아니지만 재즈만큼은 뭘 외워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숙제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의 생존과 가장 밀접한, 그래서 누구나 쉽게 그 감각과 느낌을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는 음식과 재즈를 짝 지어준다. 어떤 특정 음식을 떠올릴 때 우리의 오감이 꿈틀거린다. 우선 시각적으로 음식을 떠올리고 음식의 냄새를 기억하고 요리하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으로 그 맛에 침이 고이고 소름이 돋는다.


찰리 파커의 비밥은 이런 비빔냉면의 맛과 비슷하다. 비밥은 불의 음악이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한 그런 음악이다. 매우 격정적인 리듬과 초고속 템포의 즉흥 연주가 특징인데, 총알 잔뜩 장전한 기관단총을 귓가에서 쏘아대는 느낌이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칼칼한 고춧가루가 사방에 휘날리는 듯 하다.


수정과의 맑고 산뜻한 맛 위에 곶감의 단맛이 눈처럼 살포시 내린다...얼음을 띄운 수정과는 수정처럼 차갑게 느껴지지만 안에 계피와 생강을 품어 몸을 따스하게 해준다.. 빌 에반스의 무표정한 얼굴이 왠지 차가워 보이지만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이 따뜻해진다.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식후 수정과 한 잔이면 모든 잡스러움이 사라진다. 빌의 음악은 이리저리 부산했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고 오늘 하루 차분히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런 식으로 재즈계의 유명 뮤지션들을 음식에 비유하여 그들의 음악적 성향을 감성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스윙, 비밥, 하드밥, 쿨재즈 등 예전에도 들었지만 전혀 감이 오지 않던 재즈의 장르를 이제는 음식으로 기억하면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듣기에 편했다고 생각했던 쳇 베이커의 음악이 쿨재즈였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참고로 쳇 베이커의 재즈는 살얼음 둥둥 띄운 후루룩 넘어가는 물냉면이다). 단지 재즈와 음악의 매칭만이 이 책의 전부가 아니다. 각 뮤지션이 활동하던 시대적 배경과 활동하던 지역에 대한 상세 설명은 뮤지션이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각 단원의 마지막에 공개하는 그들의 명곡과 명반은 귀한 자료가 된다. 각 장을 읽기 전에 뒤로 가서 명곡 리스트에서 서너곡 골라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읽으면 감동이 배가 된다. 오늘부터 재즈를 듣겠다고 결심한 초보자라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소장각 200퍼센트 <오감재즈> 한권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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