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 일본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유럽도자기 세 편, 일본도자기 세 편, 이렇게 도자기의 총 역사를 아우른 대작을 쓰셨던 작가 조용준님이 이번에 또 큰 일을 내셨다. 지난 번 일본도자기 완결편인 '에도 산책'에서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그게 그저 도자기에 관한 프리퀄 내지는 번외편 정도 되는 줄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런 어마어마한 작품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본 근대화의 시작으로 보는 메이지유신은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다. 메이지유신으로 인한 산업혁명과 군국주의의 확장으로 인해 당시 조선인들의 강제징용과 국가의 강점이라는 비극을 초래하였기 때문인데, 메이지유신과 조선이라는 나라의 인연(악연)을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면 (나를 포함하여) 역사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해야할 듯 하다. 하급무사들의 막부에 대한 반란인 메이지유신이 총과 대포 등 무기의 힘을 빌려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왜 일본은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메이지유신의 주역인 사쓰마번과, 조슈번 그리고 사가번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서양의 최신식 무기를 구입할 자금을 마련한 것일까? 메이지유신 이후 정치 고위층들 중 많은 이들이 왜 유독 특정 마을 출신들일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 저자의 전작인 도자기 시리즈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에 접근하기 전에 일본이 어떻게 서구문물을 접했는지, 그 중에서도 특히 총과 대포 등 살상무기와 배와 군함들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구입하고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저자는 이 부분을 무려 책의 3분의1의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음에 등장할 놀라운 소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당시 일본의 사회구조와 막부와 지방 번들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앞에서 말한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세 번인 사쓰마번, 조슈번, 사가번의 무기구입의 자금에 관한 이야기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인들에게 납치당해 일본땅으로 끌려온 조선의 사기장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기를 만들지 못하던 일본이 도자기의 강국으로 유럽에 이름을 날리고 엄청난 양의 도자기를 수출하여 돈더미에 앉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납치해 온 조선의 사기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조가 기틀을 만들어 준 도자기가 총과 대포와 군함으로 변신해 일본을 근대국가로 만들어주고 조선의 강제 점령을 도와준 자금이 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대포도, 군함도, 우리 아리타 도자기가 가져온 것임을 우리 아리타 마을 주민은 명심해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놀라운 비밀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메이지유신의 주역이라고 알고 있는 사카모토 료마는 그저 영국의 무기상이었던 글로버가 앞세운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사실, 실제 메이지유신 뒤에는 일본의 개항과 내전으로 큰 돈을 벌었던 유럽의 열강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무기밀매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인 밀무기상 글로버가 사실은 메이지유신을 있게 만든 장본이라는 사실은 일본인들의 메이지유신에 대한 자존심을 곤두박칠 치게하고도 남을 것이다. 마지막 비밀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바꿔치기한 메이지일왕의 정체가 조슈 번 다부세초라고하는 조선계 부락민 출신의 오무로이며 그들을 일왕으로 옹립한 이토 히로부미나 정한론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 역시 조선 부락민 출신이라는 것이다(물론 그들이 조선 부락민 출신이라고 해서 조선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마지막 3분의 1은 무슨 추리물의 마지막을 읽는 것처럼 긴장감이 대단했다. '그릇에도 떼루아가 있'는 것처럼 책에도 품격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메이지유신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왜 우리가 메이지유신에 그토록 관심을 가져야하는지가 명백해진다. 더 이상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비밀은 화석처럼 굳어져 망각 속으로 사라져가는 이 때가 일본에게는 굴욕적인 비밀을 영원히 묻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메이지유신 시대의 유산이라며 자랑스레 세계유네스코유산으로 등록한 잔재들이 사실은 조선의 사기장들을 납치하여 만들기 시작한 도자기사업으로 벌어든인 자금으로 밀수한 무기들로 이룩한 것이라는 진실을 적어도 우리는 오늘의 것으로 되살려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