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찬호께이의 13.67을 재미있게 본터라 찬호께이의 다른 작품이 궁금했는데, <풍선인간>은 작가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보통 미스테리 혹은 추리물로 분류되는 것들이 치밀한 구성과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스토리나 단서들을 남겨두고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게 보통인데, 이 작품은 현실적인 스토리를 지닌 추리물이 아니라서 오히려 작가의 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자 후기를 보면 여러 작가가 초능력이라는 주제로 쓴 단편을 책으로 묶어내는 기획물로 쓰여진 작품이었는데, 호평을 받으면서 네 편의 단편을 더 써서 연작소설집으로 출간했던 책이라고 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우연히 기이한 초능력이 있음을 발견한 이후, 신분을 위장하고 성형수술을 한 후 킬러가 된다. 기이한 초능력이라 함은 다름아닌, 상대방과 접촉하면 특정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고 그 명령어대로 상대방이 변하게 되는 그런 능력인데, 주인공은 이를 사람을 죽이는데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과 악수를 하면서 '8시간 후 관상동맥과 좌심방에 공기가 찬다'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 사람은 정확히 8시간 후 관상동맥과 좌심방에 공기가 차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무리 경찰이라도 그런 식으로 죽는 사람이 살해된 것이라고 어찌 생각하겠는가? 자신의 범죄를 완벽하게 은폐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킬러의 입장에서 보자면 완벽한 능력이다.

  

   하지만 기는 놈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이야기는 그저 킬러의 승승장구로 끝나지 않는다. 추리소설이 아니라며 방심하는 독자에게 한방 날리는 반전이 숨어 있다. 그런 능력을 지닌 킬러를 누가 당해낼까 싶지만 인간이란 제 아무리 초능력을 지닌 킬러라도 틈이 있기 마련인가보다. 킬러를 두둔하는 건 아니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통쾌, 유쾌를 외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작가가 의도하는 바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길티 플레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순수하게 오락을 목적으로'하는 이야기이니, 소설을 읽으면서 통쾌, 유쾌함을 느끼더라도 '길티 플레저'로 생각하라는 말이다. 나에게 이런 초능력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라는 잡생각도 해보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