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의 추리물 선택인데, 홍콩 작가의 추리물은 처음이다. 학생 때는 주로 셜록이나 루팡 혹은 미스 마플 등이 나오는 영국 추리소설이 전부인 줄 알았고 한동안은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인간을 이야기하는 추리물에 심취했었다. 물론 여전히 미미 여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찬호께이는 굉장한 작가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 책을 잡는데 시간이 좀 걸린 셈이다.

   한마디로 대단한 작가라는 것은 이 책 한권만으로도 입증되었다고 생각한다. 첫장부터 주인공 형사가 암 말기 환자로 혼수상태에 빠져있다니.. 이렇게 대담한 수를 두는 작가 역시 처음이다. 제목인 13.67이 의미하는 바는 2013년과 1967년인데, 이야기는 2013년으로 시작해서 홍콩의 조직 폭력 세력이 판을 치던 2000년 초,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1997년, 강력범죄가 들끓던 80년대, 홍콩정부가 부패 경찰들을 타진하기 위해 염정공서를 설립해 그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던 70년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1967년 친중국 성향의 좌파들이 일으킨 67폭동까지.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생의 마지막을 앞둔 관전둬 형사의 족적을 하나하나 밟아간다. 각각의 사건들은 언뜻 보기에 독립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과거의 사건은 나무의 진액처럼 끈끈하게 붙은 채로 다음 시대로 이어진다. 독자는 그걸 되짚어 가기 때문에 마치 영화를 거꾸로 돌려보는 듯한 착각 속에서 혹여 잃어버린 시간은 없는 지, 시대를 뛰어넘을 때마다 잠시 혼란스럽다.

   '관전둬의 일생이 마치 홍콩이라는 도시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진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저자는 관전둬의 일생을 통해 홍콩이라는 사회를 그려내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트릭에 놀라고 각 시대를 지나면서 알게 되는 연결 고리에 감탄하고 관전둬의 날카로운 추리력에 혼을 빼앗기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봉은 책의 맨 마지막 문단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을 읽자마자 여러분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스스로의 기억이 맞는 지 확인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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