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 익숙한 런던의 채링크로스 거리. 그 거리 84번지에 위치한 절판 서적 전문 고서점 마크스가 있었다고 한다. 언제 이 서점이 없어졌을까. 내가 처음 채링크로스가에 발을 내딛던 94년에도 이미 서점은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야기는 1949년,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미국에 사는 가난한 작가 헬렌 한프가 런던의 고서점에 중고 서적을 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편지를 보냈던 헬렌도 편지를 받았던 프랭크와 마크스 서점의 다른 가족들도 이렇게 시작된 한통의 주문 편지가 20년동안 우정을 나누는 편지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영국보다 물자가 풍족했던 미국에 살았던 헬렌은 여전히 배급제로만 식량과 생필품을 구할 수 있었던 런던의 마크스 서점 식구들에게 책을 보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식료품을 보낸다. 그녀가 서점에 보내는 편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녀의 천성이 유쾌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책들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클릭 몇번으로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만약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 마크스 서점과 같은 곳이 있다면 당장 편지를 써서 책을 주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시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아, 마크스 서점과 친구들을 찾아 런던에 가고자 했으나 결국 프랭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지 못한 헬렌이 런던에 가는 친구에게 했던 부탁이다. 찡하다. 프랭크가 세상을 떠나고 프랭크의 큰 딸 실라가 헬렌에게 보낸 69년 10월이라고 날짜가 적힌 편지를 마지막으로 20여년 동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지금은 서점이 있었던 자리에 기념 동판만 남아있지만 헬렌과 프랭크의 우정을 기억하는 수많은 독자들로 채링크로스가 84번지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고 한다. 

   헬렌, 프랭크 그리고 마크스 서점 가족들,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언젠가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지금까지 수많은 독자들이 전달했을 헬렌의 마지막 부탁을 저 역시 기억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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