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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나귀 ㅣ 현대지성 클래식 22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장 드 보쉐르 그림,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평점 :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가진 이 작품은 기원 2세기 로마시대의 작품으로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영예말고도 후대의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고 한다. 액자식 구성이라는 점도 그렇고 16~17세기에 유행한 피카레스크 소설이라는 장르가 바로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천년을 뛰어넘어서까지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은 '나'로 지칭되는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가 겪은 모험담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저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마치 실제 있었던 일처럼 밀착감이 느껴지며 자신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여행 중 만난 다른 이들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 더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피카레스크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는 세속적이고 마법적인 것을 좋아하던 루키우스가 마법을 잘못 쓰는 바람에 당나귀로 변한 후 겪게 되는 산전수전으로 인해 자신의 세속적인 것을 탐하던 속성을 뉘우치고 이시스 여신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인간이 되어 금욕적인 생활을 통해 입신하게 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쿠피도와 프시케의 이야기인데,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큐피트와 프시케 버전과는 약간 다른 내용이다. 아마 이 작품 속 쿠피도와 프시케의 이야기가 후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외에도 선정적이거나 풍자적 이야기들이 다양한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데, 이는 아마도 당시에 구전으로 떠돌던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쉽게 접할 수 없는 고대 문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귀중한 작품들을 꾸준히 출판하는 현대지성의 안목이 고마울 뿐이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는 평생 소장용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라 다음을 미리 기대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