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살아있다 - 아버지가 남긴 상처의 흔적을 찾아서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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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거세공포, 동일시, 우울증, 초자아, 편집증...등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용어들 중 비교적 널리 알려진 용어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140여명이 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위의 심리학 용어들과 관련이 있는데,  특히 아버지로부터 받은 직,간접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역사 속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아버지가 남긴 상처의 흔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받았다고 추측되는 혹은 가정되는 상처가 어떻게 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이나 해석을 담았다기 보다는 불운했던 어린 시절이나 가정사에 대한 팩트를 열거한 쪽에 더 가깝다.

   어렸을 때의 상처가 집념이 되어 권력의 정상에 올라 그 한을 악으로 되갚아준 인물들도 있는 반면 상처를 승화시켜 상처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쓴 사람들도 있다. 불운을 예술적 기질로 풀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세상을 상대로 복수하며 결국 본인 스스로 과거의 불운했던 전철을 대물림 해주는 이들도 있다. 책임감 없는 부모들이 지겨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간 이들도 있고 부친살해욕구를 실제로 실현시킨 이들도 있다. 당사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건 그들의 과거에는 부모 특히 아버지의 부재 혹은 가정 폭력이 존재했으며, 그 중에서도 '자살'은 이들 140여명의 삶에 끈덕지게 나타나는 공통분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연령대에서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했을 때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여기도 자살, 저기도 자살, 심지어 온 가족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도 있어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하고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성질을 지녔는 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만약 그들의 가정환경이 이랬다면, 아버지가 그러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동일시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누군가가 있었다면'이라는 끝없는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더불어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신체가 약해지듯 정신도 약해질 수 있고 정신이 병이 들면 적절한 치료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특히 마음의 상처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 시각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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