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임승수의 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 선언 원전 강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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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하나가 유럽을 떠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

 

   책을 읽으면서 첫 문장을 유심히 본다. 첫문장이 좋으면 대체적으로 그 책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내가 감동받은 첫 문장을 지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학교 다닐 때 운동권 선배들한테 귀동냥으로 들었던 그 유명한 정치 선언문을 이제서야 제대로 읽어보았다. 어렸을 때 세뇌당한 영향이 크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쳐야 했고, 공산당 = 빨갱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고 진짜 그렇다고 생각했다. 시시 때때로 간첩단 사건이 발발하고 정부의 의견에 단 하나라도 반기를 들면 좌빨이니, 북한 첩자니 하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그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어느 새 '공산당'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처럼 여겨졌다. 이는 이미 <공산당 선언>에서 지적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현실이었다. 

 

"낡은 유럽의 모든 세력, 교황과 차르, 메테르니히와 기조, 프랑스 급진파와 독일 경찰이 이 유령을 퇴치하기 위해 신성한 동맹을 맺고 몰이사냥에 나섰다. 정권을 잡은 상대로부터 공산주의적이라고 매도당하지 않은 반대당이 어디 있으며, 자기보다 더 진보적인 반대파 뿐만 아니라 반동적인 정적에게 공산주의라는 낙인을 찍으며 비난하지 않은 반대당이 또 어디 있겠는가?"

 

지금은 인터넷에 <공산당 선언> 전문이 한국어를 포함 여러 나라 언어로 올라와 있고 관련 책들이 출판될 정도로 우리는 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공산당 선언>은 '공산주의자 동맹' 조직의 출범 선언문으로 1848년 2월에 발표되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치 선언문이라는 타이틀을 지금도 굳건히 지키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동조를 얻은 선언문이다. 아마 지금이라면 '좋아요'를 압도적으로 획득한 인기 포스팅이 되었을 것이다. <공산당 선언>은 사실 그리 어려운 글은 아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백하고 간결하여 더 이상의 요점 정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쓰여진 글이다. 다만, 노예제나 봉건제의 시대를 지나 산업혁명에서 어떻게 오늘날의 자본주의의 토대가 탄생했는지, 그리고 평소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탄생과 투쟁의 역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독자라면  이 <공산당 선언>이 왜 그토록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임승수 저자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는 바로 그런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표지의 설명처럼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한 임승수표 '홈스쿨링'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다보면 어쩜 이렇게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848년에 쓰여진 선언문이지만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틀린 말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다만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면 부르주아 계급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착취도 극에 달하고 결국 성숙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부르주아 계급으로부터 모든 자본을 빼앗고 모든 생산도구를 국가의 손안에 집중시키고 나면 이후에 계급은 사라지고 '사적 소유'의 개념이 없는 이상향이 실현될 것이라는 그들의 선언은 부르주아 계급에 착취당하던 다수의 프롤레타리아들을 열광하게 했고 일부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계급이 없어질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그 안에서 새로운 계급이 탄생하고 계급 투쟁이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너무 단순하게만 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이론은 완벽했으나 그것을 적용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선언>은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선언문 한 단락, 설명 한 단락, 이런 식으로 아주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학교에 이런 선생님만 계신다면 사교육이 필요 없을텐데라는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도 첫 문장만큼 유명하고 강렬하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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