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감동 실화
델핀 미누이 지음, 임영신 옮김 / 더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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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감동 실화>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사실, '감동'이라는 단어는 이 책에서만큼은 지극히 자극적이고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완전히 폐허가 된 다라야의 먼지 풀풀 날리는 풍경만큼 건조하고 지직대고 끊어짐이 반복되는 인터넷선만큼이나 답답하고 결국 고물로 헐값에 팔리고마는 비밀 도서관 책들의 운명만큼이나 절망적엔딩이다. 4년 이상을 고립당한 채 매일매일을 폭격의 공포와 불안 속에서 살아야 했던 다라야 주민들의 이야기에 신파적 감동은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2018년 우리에게, 어딜 가든 읽을 책이 넘쳐나는 우리에게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이야기는 감동이라기 보다는 충격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분쟁지역 전문 기자로 이스탄불에 거주하고 있는데, 어느 날 우연히 SNS에서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의해 폭격당하고 봉쇄된 다라야의 비밀 도서관의 사진과 이야기를 접하고 사진을 찍은 아흐마드 무자헤드라는 젊은 청년과 연락이 닿는다. 다라야는 반군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으로 아사드 정권은 반군과 다라야에 남아있는 일반 주민 전체를 테러리스트 및 광신도 집단으로 몰아넣고 그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매일 밤 비행기로 폭탄을 퍼붓고 생존에 필요한 물품이 전달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는데, 저자가 아흐마드와 스카이프로 연락이 닿은 날이 벌써 다라야가 그렇게 된지 3년이 되던 해이다.

   폐허의 한복판에서 아흐마드와 친구들은 허물어진 집터에서 한무더기의 책을 발견한다.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매일매일을 폭격의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책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그들은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때'에 저항의 상징으로 책을 선택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이 책들은 세상의 끝에 고립된 듯한 다라야에서 밖을 향해 조금 열린 창문과 같았다"

 

   다라야의 모든 생존자들을 생매장하겠다고 위협하는 정부군과 국가원수에 대해, 폭력과 광기의 복수극이 아닌 그들의 미친 논리에 대한 반발로 응수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도발'이라고 생각한 다라야의 종이로 구축한 요새에 관한 이야기는 보란 듯이 세상에 알려져야 했다. 단순히 폐허 속에서 찾은 책들만 모아놓은 도서관이 아니고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책의 내용을 전하고 돌아가며 강의를 하고 열악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기도 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들을 배포하기도 하면서 불안감을 다스리고 폐쇄된 공간이 주는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했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무엇보다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것이에요"

 

   이 모든 열정과 용기에도 불구하고, 4년간의 물자 봉쇄는 그들의 육체를 서서히 갉아먹는 악마였다. 먹을 것으로 사람을 무릎 꿇게 만드는 전략은 지독히도 효과적인 무기로 작용했다. 네이팜탄으로 온 도시를 불태워 다라야를 매장시킨 아사드 정권의 악랄함에, 저항하던 반군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로 결심한다. 8000명의 주민들이 대피소에서 나와 뿔뿔히 흩어지고 다라야의 저항정신과 희망의 상징이었던 도서관은 정부군에 의해 짓밟히고 책들은 버려지거나 헐값에 팔려나갔다. 여전히 아사드 정권은 건재하고 지금도 시리아의 어디에선가는 다라야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다면 그들 역시 책을 통해 위조된 진실을 걸러내고 획일적 사상을 거부할 수 있는, 그리하여 잔혹한 폭력에 맞서 자아를 회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리라 믿어본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며 그들의 '멍든 내상'을 치유하는 기폭제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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